"미 공화당을 위해 만들어진 폭스 뉴스를 가끔 참고용으로 보는데, 사실을 극화시키는 데 명수인 방송기자들의 호들갑을 보고 있노라면 우습기만 하죠. 뉴욕타임스의 깊이있는 칼럼이 좋아요."
재능대 재즈음악과 교수로 있는 포레스트 뮤서(35ㆍ드럼)씨가 고국의 상황을 읽고 있는 데는 까닭이 있다. 예술도, 정치도 그에게는 하나다. 그는 "빈부격차를 방치한 미국식 자본주의에, 은행의 과욕이 빚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이 터진 건 부시 행정부 탓"이라며 "부시가 미국의 이미지를 다 버렸다는 사실이 미국 밖에 있으니 다 보인다"고 말했다. 평소 정치 문제는 잘 언급하지 않는 그에게서 '강성' 발언이 나왔다. 같은 학과 교수인 부인 유성희(39ㆍ피아노ㆍ사진 왼쪽)씨에게도 아꼈던 말이다.
부부는 12일 오후 5시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콘서트를 연다. 두 사람은 보스턴의 버클리음대 동창으로 음악적 취향이 비슷해 캄보 활동 등으로 알고 지냈다. 그들의 연분을 돈독히 해 준 것은 9ㆍ11 테러 사건이었다. 뮤서씨는 "당시 맨해튼 쌍둥이빌딩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회사에 있었는데, 그 날 93층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과의 약속시간이 사고 직전이었다"며 생생하게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던 까닭을 전했다. 매캐한 먼지 속에 있던 뮤서씨에게 맨 처음 전화로 안부를 물었던 사람이 유씨였다.
작곡 실력을 겸비하고 있는 두 사람은 음악적 동지다. 지금껏 발표한 석 장의 음반은 두 사람의 작품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배치, 좀처럼 보기 힘든 부부 작품집이 됐다. "정통 재즈를 근간으로 창조적 작업을 한다는 점이 우리를 묶었죠." 이번 무대는 4개월 전 태어난 남녀 쌍둥이에게 안겨주는 선물이다.
콘서트에서는 재능대 학생들 중에서 뽑은 4인조 혼성 재즈 보컬 그룹 'J-Voice'의 아카펠라와 함께, 보사노바와 최근 팝 등을 들려준다. 뮤서씨의 편곡 솜씨가 빛을 발한다. 그는 "미국에도 보컬 전용 악보는 수십년 째 그대로 이어져 오는 것들이라, 이번 공연의 성과를 보고 악보들을 미국내 출판사와 계약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이들은 작업실에서 키우던 고양이 이름을 따 집 부근에 '망고하우스'라는 연습실 겸 녹음실을 선보였다. 유씨는 "척박한 한국의 음반 시장에서 영세 기업들과 더 이상 마찰을 빚기 싫었다"며 "독립 레이블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친숙한 스탠더드 재즈의 변신을 보여줄 이번 무대는 망고하우스의 첫 앨범 'J-Voice Express'를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하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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