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긴 하는데 벌처럼 쏘진 않는다. 나비의 움직임처럼 종잡을 수 없이 너울거려 타자의 애간장을 태우는 구종이 바로 너클볼이다. 공의 회전이 거의 없어 변화무쌍하기로 '악명'높은 너클볼은 타자는 물론 포수와 심판까지 곤란하게 만든다. 제구가 어려워 투수에게도 '양날의 검'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너클볼 투수 중 으뜸은 단연 팀 웨이크필드(43ㆍ보스턴 레드삭스)다. 웨이크필드는 1908년 메이저리그에 너클볼을 처음 도입한 에디 시카티 이후 최고의 너클볼러로 꼽힌다. 시카티는 1900년대 초 너클볼을 앞세워 개인통산 208승(149패)을 올렸다. 웨이크필드 역시 1992년 데뷔 후 올시즌까지 통산 189승(160패)을 기록, 200승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더욱 놀라운 건 불혹을 훨씬 넘긴 나이에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 웨이크필드는 9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5-4 보스턴 승)에 선발 등판, 6이닝 3실점(1자책점) 호투로 시즌 11승(3패 평균자책점 4.14)째를 챙겼다. 예측불허 너클볼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웨이크필드를 빛내주는 일등공신이다.
하지만 웨이크필드에게도 너클볼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완벽에 가까운 승리를 안겨주는가 하면 난타의 주범이 되기도 한다. 구속이 80㎞ 후반에서 빨라야 110㎞에 불과하다 보니 제구가 안 되는 날이면 여지없이 '배팅볼'로 전락하고 만다. 4와3분의2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 지난 5월14일 LA 에인절스전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웨이크필드는 너클볼을 버릴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너클볼은 그에게 그저 그런 마이너리그 3루수에서 메이저리그 'A급' 투수로의 변신을 가능케 한 '은인'이자 올시즌 생애 첫 올스타 타이틀을 안긴 '스타 메이커'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