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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강남 재건축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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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세븐·강남 재건축만 올랐다

입력
2009.07.1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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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아파트 인근의 H공인중개사 사무실. 매물 의뢰자의 전화를 받은 공인중개사가 컴퓨터에서 매도가를 4,000만원 오른 11억9,000만원으로 수정했다. 그는 "올해 들어 집값이 많이 뛰자, 최근 한달 반 사이 매도자들이 일제히 매도가를 올려 거래가 잘 안 된다"고 푸념했다.

#2. 8일 경기 김포의 H건설 아파트 분양 현장. 이날 1순위 청약이 진행됐지만, 총 1,074가구 분양에 청약 신청자는 57명(5.3%)에 불과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모델하우스에 하루 7,000명씩 몰려 기대를 했는데 실망이 크다"며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영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국내 주택시장은 스콜성 장마철을 맞은 요즘 날씨와 비슷하다. 대다수 지역이 불황으로 침체돼 있는 가운데 서울 강남ㆍ목동, 경기 과천ㆍ분당 등 일부 지역만 국지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다. 그것도 장기 추세가 아니라, 단기간에 집값이 급등했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양상이다. 개발 호재가 몰린 일부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가격이 가장 높았던 2007년 초의 전 고점을 뛰어넘은 반면, 서울 강북과 수도권 외곽, 지방의 집값은 여전히 바닥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강남 '블루칩'에만 몰리는 돈

5월 중순 6억원에 매물로 나왔던 개포 주공1단지 36㎡형 아파트는 최근 용적률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호가가 1억원이나 뛰어올랐다. 이전 최고가인 2006년 말 6억8,000만원을 경신한 것이다.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도 최근 평당 가격이 4,000만원을 넘어섰다. 역시 역대 최고가이다. 서울 목동ㆍ여의도와 경기 과천ㆍ분당도 전 고점이던 2007년 초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의 85~95% 가격대까지 회복했다.

하지만 '버블세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북은 중랑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만 다소 가격이 회복됐을 뿐, 대부분 지역이 작년 초에 비해 20% 안팎 빠진 상태다. 버블세븐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도 가격을 낮춘 급매물이 중개업소마다 산적해 있다.

지방 상황은 더 열악하다. 아직 12만5,000가구의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는데다 일반 아파트 가격도 추락해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모 건설사는 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분양가를 20%나 낮췄지만 몇 가구 팔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분양가를 낮춰도 주변 아파트보다 가격이 높아 매수세가 거의 없다"며 "그렇다고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며 더 이상 낮추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허약한 부동산 펀더멘덜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주택시장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최근 일부 지역의 집값 급등은 호재에 따른 '반짝 상승'일 뿐 추세적 상승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으로 유입된 돈에 대해 "상황이 나빠지면 바로 빠져나갈 '휘발성' 자금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주식시장이 박스권에서 맴돌고 있고, 펀드나 채권도 불안한 요소가 많아 그나마 안정적으로 단기 차익을 노릴 수 있는 부동산 블루칩으로 흘러 들어왔다는 것이다. 올해 초 인천 송도와 청라 아파트 분양에 청약자들이 몰린 것도, 그간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고가아파트와 임대용 빌딩이 다시 팔리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최근 주택시장은 블루칩 쏠림 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며 "건전한 자금이 장기적으로 부동산에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신중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과 심리에 더 민감해진 시장

현 주택시장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소는 '정부 정책'과 '심리'다. 대세 상승기에는 시장의 응축된 에너지에 좌우되지만, 지금 같은 불안한 시기에는 정부 정책이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한다. 실제 정부가 이번 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를 강화하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요 상승지역의 매수세가 상당히 위축된 것이다. 수도권의 신규 아파트 분양이 부진해지고, 투기지역이어서 LTV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강남까지도 매수 문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번 조치로 그간 친시장적 행보를 보이던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향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하거나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은 다시 얼어 붙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정부가 기존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활성화 기조를 밀고 나간다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하반기 주택시장이 대세 상승기로 전환될 수도 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는 "정부의 LTV 강화 조치가 시장에 커다란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출구대책도 필요하지만 시장을 너무 옥죄면 자칫 시장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영웅 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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