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쟁점인 미디어법 문제에 대해 그 동안의 '무조건 반대'에서 벗어나 자체 대안을 내놓았다. 모처럼 민주당이 법안 내용을 가지고 다투어야 한다는 원칙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일단 평가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대안이 '시간 끌기를 위한 것'이라고 떨떠름한 반응이지만, 이 대안을 지금까지 민주당이 그래왔듯 무조건 내팽개치기보다 작더라도 의미 있는 민주당의 변화 움직임을 국회 정상화의 계기로 삼는 게 낫다.
민주당이 발표한 대안의 골자는 현행 관련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거의 다르지 않다. 핵심 쟁점인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진출 문제와 관련, 지상파 방송은 물론 보도전문 유선방송 진출을 전면 금지한 데다 보도를 포함한 종합편성 유선방송에 대해서도 시장점유율 10% 미만 신문사와 자산 10조원 미만 대기업의 참여만 일정 범위에서 허용했다. 보도를 뺀 '준종합편성 유선방송'에는 신문사와 대기업의 진입을 전면 허용했지만 관심사는 아닌 듯하다.
대안 제시의 이유도 '실질 논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도 가능성을 언급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자는 게 1차 목표다. 여당의 법안에 대해 무조건 '악법'이라고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국회 장기공전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란 고려가 작용했을 법하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한나라당이 이강래 원내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처음 내민 대화의 손길을 뿌리쳐 민주당 강경파에 힘을 실어 주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이 어제 의총에서 대안을 확정하려던 계획을 일주일이나 미뤄야 했듯, 강경파의 힘은 여전하고, 대화와 타협에 대해 반사적 거부감을 보이는 이들의 힘을 제약하지 못하고서는 국회 정상화는 요원하다.
여야가 서로의 법안을 함께 놓고 대화와 절충을 거듭해 의견을 모을 수 있다면 최선이다. 설사 그것이 허송세월로 드러나더라도 그때 가서 다른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방송산업 선진화의 최대 걸림돌인 지상파 과점체제를 해소하고, 시청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 여야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회 정상화이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