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기둥 6개 가운데 똑바로 세워진 게 하나도 없다. 휘어지고 벌어진 게 모두 제 각각이다. 이런 건물 위로 가로 340m, 세로 35m 크기의 하늘 정원이 얹힌다. 쌍용건설이 2006년 말 당시 해외 건축으로는 최고가인 6억8,600만달러에 수주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골조공사를 마치고 위용을 드러냈다.
8일 싱가포르 남단 중심상업지 래플스가 건너편에 위치한 마리나베이(Marina bay) 매립지. 초고층 빌딩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크레인이 쉴새 없이 돌아가며 거대한 '크레인 숲'을 형성하고 있다. 호텔과 컨벤션센터, 카지노, 영화관, 박물관 등이 들어서는 이곳 복합리조트 개발 현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건물은 역시 '入'자형의 초고층 빌딩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최대 52도 기울어진 독특한 외형으로 '21세기 피사의 사탑'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이날 지상 55층(200m)까지 골조공사를 마치고 상량식을 가졌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52도 기울어진 난공사인 탓에 상당수 입찰업체들이 수주를 포기했다"며 "쌍용건설이 제대로 시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았지만, 예정보다 2개월이나 공기를 앞당기면서 발주처와의 협약에 따라 조기 완공에 따른 공사비 증액도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또 "세계 최고 난이도의 랜드마크 건축물을 짓게 돼 자랑스럽다"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건설업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미국의 카지노ㆍ리조트 개발업체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 매튜 프라이어 수석 부사장도 "현재 설계ㆍ시공 중인 건축물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공사를 첨단 공법을 통해 사고 없이 일정보다 앞당겼다"며 쌍용건설의 시공능력을 극찬했다.
이제 남은 공사는 200m 높이의 호텔 3개동 위를 내년 상반기까지 높이 7m, 길이 340m의 상판으로 연결하는 것. 축구장 2배 면적(1만2,000㎡)의 상판 위로는 수영장과 레스토랑, 정원 및 산책로 등이 들어서는 '스카이파크'가 조성된다. 총 연장 340m의 스카이파크는 70m 간격으로 떨어진 각 호텔동을 별도의 하부 지지대 없이 '一'자형 상판 철골구조물 3개(7,000톤)로 나눠 올려야 하는 고난이도 공사다.
안국진 현장소장(상무)은 "콘크리트 타설 후 수영장과 조경시설까지 들어서면 약 2만톤의 무게를 버텨내야 하는 어려운 공사라 바짝 긴장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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