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부 엄윤정(37ㆍ서울 도봉구 창5동)씨는 7살 된 딸과 5살 아들을 집 근처 민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데 보육료가 만만치 않아 고민이 많았다. 부담을 느끼던 차에 아이들이 생활하는 어린이집이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지금까지 두 아이의 보육료로 월 48만원을 냈는데,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바뀐 4월부터는 36만원만 내면 돼 12만원 가량 부담을 덜 게 된 것이다. 엄씨는 "서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보육정책"이라며 "선생님들도 자긍심을 느껴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회사원 유정원(34ㆍ여ㆍ광진구 중곡3동)씨는 잦은 야근 후 오후9시 이후에나 퇴근을 하기 일쑤다. 아들(8)과 딸(5)을 키우고 있는 그는 보육료도 문제지만 아이들을 돌봐줄 시간이 없는 게 늘 걱정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이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 받은 뒤부터 한시름 놓게 됐다. 어린이집에서 휴일ㆍ야간보육을 실시해 초등학생 아들이 방과 후 동생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공부는 물론 저녁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일 날도 필요할 땐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낼 수도 있다. 보육료도 10만원 가량 줄어 들었다. 그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변경된 뒤 환경여건도 더욱 좋아졌다"며 "아이들의 표정도 한결 밝아졌다"고 전했다.
맞벌이 부부 등에게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구하기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사설 어린이집(보육시설)의 경우, 높은 보육료도 부담이지만 잊을 만하면 신문이나 방송에 터지는 '먹거리 사고' '체벌 사건' 등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ㆍ공립 어린이집(618개소)의 97%인 602개소에 입소를 원하는 대기 신청자만 7만~8만 여명에 달하고 있다.
사설 어린이집의 보육료를 국ㆍ공립 수준으로 끌어 내리면서도 보육서비스의 질은 획기적으로 높이는 '서울형 어린이집' 프로젝트의 출범 이유다. 서울시는 5월 새롭게 문을 연 1,125개 어린이집을 포함해 연말까지 총 2,395개소를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공인할 예정이다.
시는 보육현장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을 감안, 전국 최초로 서울형 어린이집 전용 방송채널(IPTV)을 연말까지 1,000개 이상 설치, 운영할 계획이다. 아이들이 잘 지내고 있는지, 급식은 뭘 먹는지 등을 학부모가 가정이나 직장 등에서 TV나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서울시의사회, 보건소와 협의해 어린이집 별로 주치의를 지정, 보육 전문가 146명으로 구성된 '안심보육모니터링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1월 개설한 보육포털사이트(iseoul.seoul.go.kr)를 통해서도 어린이집 입소 대기신청 등 보육에 관한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학부모는 물론, 보육교사와 시설 운영자 등도 반기고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용역결과에 따르면 국공립 보육교사는 월 152만원을 받는 반면, 민간 교사는 112만원에 그치고 있다.
시가 30~80%까지 보전하는 등 처우를 개선해 주고 있는 것이다. 시설 운영자도 400만~1,000만원의 환경 개선비를 지원 받는 등 원아 모집과 우수 보육교사 채용 등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서울형 어린이집은 국ㆍ공립 수준의 안심보육, 맞춤보육 등 학부모가 원하는 보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학부모와 시설 운영자의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 요구가 부쩍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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