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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나원 1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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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하나원 10주년

입력
2009.07.0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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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서 가장 통제된 사회를 빠져 나온 탈북자들이 느끼는 문화적 충격은 엄청날 수밖에 없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 등 제3국을 떠돌다가 입국한 경우가 많아 완충기간을 거쳤다고도 할 수 있으나 남한 정착은 또 다른 문제다. 통일부 산하 하나원은 탈북자들이 정식으로 남한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에 거치는 곳이다. 3개월 간 정서안정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 이해 및 현장학습, 정착지도 및 기초직업적응 훈련 등을 받는다. 1999년 7월8일 개원 이래 지난달 말까지 모두 1만4,297명이 하나원을 거쳐 나갔다.

▦ 그러나 하나원 문 밖의 남한 사회는 탈북자들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차별과 불신, 놀림과 따돌림이다. 어렵게 직장을 구해도 탈북자임이 드러나면 거의 예외 없이 경계의 눈초리와 거리 두기로 이어진다. 열심히 일해 팀장으로 승진한 한 탈북자는 "탈북자를 상사로 모실 수 없다"며 팀원들이 한꺼번에 사표를 내는 바람에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있다고 한다. 학교에 들어간 탈북 청소년들은 "북한으로 돌아가라" "너희 때문에 우리가 힘들다"는 소리를 듣기 일쑤고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 하나원 출신 탈북자 대상으로 2007년 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명에 8명 꼴로 직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립의지 부족과 건강상태 등 개인사정도 있겠지만 남한사회가 그만큼 그들에게 각박하다는 뜻이다. 국책연구기관 박사연구원, 한의사, 피아니스트, 뮤지컬 감독, 연예인 등으로 '남한 드림' 실현에 성공한 사례도 물론 있지만 예외에 속한다. 성매매나 범죄에 휩쓸리는 안타까운 일도 있고, 우울증 신경불안증에 시달리는 탈북자들도 적지 않다. 상당수 탈북자들에게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괜히 나올 리 없다.

▦ 개원 10주년을 맞아 어제 경기 안성의 하나원 본원에서는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탈북자들이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통일의 정당성을 말할 수 있을 것"(현인택 통일부장관), "하나원은 분단의 고통과 통일의 희망이 모인 곳이자 우리 국민의 통일의지와 보편적 인권존중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의식이 결집된 곳" (이홍구 통일고문회의 의장) 등의 평가와 다짐이 이어졌다. 앞으로 하나원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지만 우리 모두 '내 마음 속의 벽'을 허물지 않는다면 탈북자의 눈물과 한숨을 지우는 일은 요원하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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