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에도 불구하고 위암과 폐암 간암 대장암 뇌암 등과 같이 덩어리를 만들며 자라는 수많은 고형암 환자가 이 순간에도 재발과 전이로 사망하고 있다. 이러한 재발과 전이의 원인이 암줄기세포라는 새로운 이론과 증거들이 2000년 초부터 본격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암에 줄기세포가 있는 것일까? 백혈병 같은 혈액암에서는 암줄기세포 존재가 인정되지만, 고형암은 아직까지 완벽히 증명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암줄기세포를 찾아내는 연구가 거듭 진행되면서 암줄기세포 정체가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2007년 12월 다국적 제약사인 GSK가 암줄기세포 표적 항체 치료를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 마이클 클라크 교수가 설립한 '온코메드'를 14억달러에 인수합병했다. 유방암에서 암줄기세포를 분리해 표적치료제를 개발하면 기존 항암제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이뤄진 투자이며 암줄기세포의 상업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사건으로 암줄기세포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암연구자는 왜 암줄기세포 존재에 대해 열광적으로 관심을 가질까? 이는 암에 대한 기존 가설로는 불가능했던 암 정복에 대한 희망을 암줄기세포 맞춤형 표적 치료제 개발로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결과, 암줄기세포 특징이 환자 별로 달랐다. 즉, 각 암환자의 암줄기세포 특징을 분석하고 그 정보를 이용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가는 개인맞춤형 암줄기세포 표적치료로 연구방향이 진화돼 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환자의 암조직 중 극소수에 불과한 암줄기세포를 분리 배양하는 기술이 개인 맞춤형 암줄기세포 표적 치료법 개발의 근간이 되는 주요 기술인 셈이다. 개인 맞춤형 암줄기세포 표적 치료법 개발 과정은 이렇다. 암환자의 암조직을 떼내 실험실에서 암조직에서 암세포를 배양하고, 이를 실험동물에 접종해 환자의 암과 똑같은 암을 가지고 있는 실험동물을 여럿 만든다. 환자의 암이 실험동물에서 복제되는 셈이다.
이 실험동물을 이용해 암이 어떤 방사선 및 항암 치료 내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며, 그 정보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알려준다. 최근에야 이와 관련된 실험기법과 이론이 확립됐고 현재 국내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점 분야이며, 필자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다.
필자가 재직하는 삼성서울병원 암줄기세포연구센터는 2004년부터 '네이처', '세포 줄기세포', '캔서' 등 해외 유명 저널과 미국암학회, 세계뇌신경종양학회 등에서 뇌암 줄기세포를 규명하는 연구를 속속 발표했다. 올 휴먼 프레스에서 발간하는 암줄기세포 교과서에 분리 배양기술에 대한 부분을 저술하는 등 암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TV 연속극에서 뇌암은 온갖 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1년밖에 생존하지 못하는 불치병으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암줄기세포 표적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뇌암과 같은 난치병도 곧 치료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특히 대한민국의 암줄기세포 연구가 이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한다.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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