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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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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악어의 눈물

입력
2009.07.0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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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를 일찍이 경고해 유명한 저널리스트 출신 존 R. 탈보트의 책 <오바마노믹스> 는 특수 이해관계자들, 즉 기업의 로비가 워싱턴에서 휘두르는 힘의 폐해를 까발리면서 그것이 오바마 행정부가 성취하고자 하는 모든 개혁의 열쇠라고 단언했다. 금융위기 세계화 지구온난화 의료 및 사회보장, 전쟁 등 미국이 직면한 중대 문제를 다루는 정부정책이 선출직 대표들에게 돈을 주는 막강하고 부당한 로비스트 손에 좌지우지돼 민주적 과정을 부패시켜온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가장 먼저 칼을 댈 것이라는 예고였다.

▦ 한 예로 기업 로비스트들이 최저임금 상승을 저지해 미국 노동자들이 시간당 1달러씩 덜 받는다고 할 경우 매년 2,500억달러의 부가 노동자로부터 기업에게 직접 옮겨가게 되고 그것의 승수효과를 감안하면 기업의 시장가치는 3조달러나 늘어난다고 한다. 그래서 기업은 로비에 목 매달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지만, 이런 행태가 미국 민주주의의 근본을 갉아먹고 분열을 초래한다고 생각해온 오바마 대통령은 후보 시절 관료-로비스트-관료로 이어지는 '탐욕의 회전문'을 닫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후 첫 행정명령에서 이 지침을 명문화했다.

▦ 그것이 약효를 본 것일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 6월 현재 의회에 등록된 로비스트가 전년 대비 30%나 감소했다며 "로비업체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로비를 해야 할 처지"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로비산업의 3대 고객사인 금융 보험 부동산 등 이른바 '파이어'(FIREㆍFinance Insurance Real Estate) 세력이 금융위기로 몰락한 배경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로비와의 전쟁'공약을 실천에 옮긴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를 꼽았다. 특히 1994년 의회에 제출된 담배산업규제법이 지난달 마침내 통과돼 대통령이 서명한 것은 역사적 사건이란다.

▦ 로비가 합법화되지 않은 우리로서는 이런 얘기들이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비정규직법 개정을 위해 여야 3당과 양대 노총 대표로 구성된 5자 회의의 운영과 결과를 보면 정규직 기득권층의 견고한 담합은 어떤 로비로도 깨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명망 있다는 교수님들도 자기의 이름을 지키는 것이 급하지 거리로 나앉는 사람들의 다급함은 중요하지 않다. '혁명은 피를 먹고 자란다'는 식이다. 맞다. 그러나 틀렸다. 비정규직 대표를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아서다. 그들은 로비단체를 구성할 힘도 없다. 혁명은 과연 누구의 피를 원할까.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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