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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후천적 3대망막질환은 소리없는 '실명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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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후천적 3대망막질환은 소리없는 '실명폭탄'

입력
2009.07.08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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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눈 건강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해도 눈 건강까지 신경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선천적인 이상이 없는 한 실명할 일은 흔치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나라 실명 인구 가운데 70%가 당뇨병성 망막증과 녹내장, 황반변성 등 후천적 질환으로 시력을 잃는다. 이들 질환은 소리 소문없이 다가와 순식간에 시력을 앗아가므로 얼마나 빨리 발견해 치료하느냐가 관건이다.

실명의 덫, 습성 황반변성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노인 실명 원인 1위는 백내장이었다. 하지만 백내장 수술 기술이 발전하면서 최근엔 망막질환이 실명에 이르는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망막 질환의 하나인 습성 황반변성은 신생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 시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황반(카메라의 필름에 해당)이 손상됨에 따라 수개월이나 2년 안에 실명하는 중증 눈 질환이다. 황반변성에는 건성과 습성의 2가지 형태가 있는데, 이 중 실명을 유발하는 것은 전체 황반변성의 10~15%를 차지하는 습성 황반변성이다.

망막 중심(황반부)의 아래층을 이루는 맥락막이라는 혈관층은 영양물질을 공급하고 망막세포에서 나오는 대사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노화가 되면서 이 맥락막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 망막세포 부분까지 뚫고 나와 시세포를 파괴함으로써 시력을 잃는다.

황반변성이 생겨도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없고 시력 저하도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가 차츰 글자체나 직선이 흔들려 보이거나 굽어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고, 급기야 사람 얼굴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시력 손상이 심각해진다.

황반변성은 특히 60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실명을 초래하는 주 원인으로, 미국에서는 이미 노인 실명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현재 국내 습성 황반변성 환자 수는 5,000~7,000명인 것으로 추정되며 실명 위기에 직면한 환자도 2,000~3,000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반변성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이지만, 유전과 자외선, 흡연,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 등 서구화된 식습관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전에는 습성 황반변성 치료법으로 '레이저요법'이나 '광역학요법'이 주로 사용됐다. 이들 치료법은 모두 실명을 늦추거나, 이미 손상된 시력을 유지하는 정도의 효과밖에 기대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다행히 최근 잃어버린 시력을 회복해 주는 치료제(노바티스의 '루센티스')가 개발됐다. 습성 황반변성은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돼 이 달부터 환자 본인 부담률이 10%로 낮아졌다.

눈 속의 고혈압, 녹내장

녹내장은 눈 형태를 유지하고 각막과 수정체에 영양을 공급하는 액체인 방수가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아 안압이 정상 범위(10~21㎜Hg)보다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는 눈 질환이다.

녹내장은 전 세계 실명 원인의 15%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2,20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고 이 중 25% 정도인 500만명이 실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녹내장학회가 2007년 말~2008년 초 충북 금산군 남일면에서 40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녹내장 유병률이 3.66%이며, 40대 1.2%, 60대 4.2%, 80대 10%로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에서 많이 나타나고, 나이 들수록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아, 혈류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녹내장은 기본적으로 안압을 측정해 진단한다. 하지만 안압이 정상이라도 장애가 오는 경우가 있고, 안압이 높은데 시신경에는 아무 변화가 없기도 하므로 시신경유두검사, 전방각경검사, 시야검사, 시신경섬유검사 등 다양한 검진을 한다.

녹내장 치료법으로는 약물치료와 레이저 치료,수술 치료 등이 있다. 1차적으로는 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혈류를 개선하는 약물요법(글루타메이트 억제제, 칼슘통로억제제, 항산화제 등)을 쓴다. 아직은 연구 단계이지만 죽은 시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독성물질이 주변 시신경을 손상하는 것을 차단해 녹내장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약물과 시신경을 재생시키는 약도 조만간 개발될 전망이다.

레이저 치료는 급성 녹내장일 때 효과적이며, 가장 널리 쓰이는 치료법은 급성 폐쇄각 녹내장에서 시행하는 주변부 레이저 홍채 절개술이다. 약물 치료나 레이저 치료에도 불구하고 안압이 조절되지 않으면 수술한다.

당뇨병 환자의 천형,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망막증은 당뇨병으로 인해 망막 내 작은 혈관이 손상돼 발생하는 가장 흔한 당뇨병 합병증의 하나다. 30세 이후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 당뇨병을 앓은 기간이 5년 이하인 경우는 29%, 15년 이상이면 78%가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앓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시력이 약간 떨어지는 것 외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하기 어렵다. 당뇨병이 있어도 망막증이 발생하려면 시간이 많이 지나야 하고, 이미 증상이 나타났을 때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시력에 이상이 없더라도 망막 사진을 찍어보면 혈관에 꽈리 같은 미세동맥류가 있으며, 점상 출혈과 혈관에서 새어 나온 체액과 찌꺼기가 망막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치하면 혈관이 터져 혈액이 유리체에 스며들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증을 막으려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망막 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며, 이상이 발견된 즉시 약물 투여, 레이저치료, 항체주사 치료, 유리체 절제술 등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약물요법은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방법으로, 초기 환자에게 실시한다. 레이저 치료는 망막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망막 조직을 레이저로 응고하는 치료다. 망막증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효과적이다. 항체주사 치료는 쓸모 없는 혈관을 없애고 생성 자체를 억제해 시력을 유지하거나 향상하는 방법이다.

유리체 절제술은 유리체에 출혈이 있거나 망막이 떨어져 나갈 때 적용하는 수술법으로, 실명 위험이 높을 때 사용한다. 그러나 이런 치료법은 효과가 제한적이므로 무엇보다 질환을 조기 발견해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안과 이주용 교수, 삼성서울병원 안과 강세웅 교수, 한길안과병원 망막센터 손준홍 진료부장

권대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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