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 근원적 해법 찾을 노력않고 대란만 떠들어
비정규직법이 사회적 논란 속에 7일로 시행 1주일을 맞았지만 정치권이 아무런 해법도 제시하지 못하자, 한나라당내에서도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법 시행 유예만 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양 이에 매달릴 뿐 비정규직 사태의 근원적 해법을 찾기 위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당내 비판의 요지다.
한나라당은 야당과의 비정규직법 협상에서 줄곧 법 시행 유예에 집착했다. 처음 유예기간을 3년으로 잡았다가 2년으로 줄여 협상한 뒤 다시 자유선진당의 '1년6개월 안'으로 물러섰다.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자 한나라당은 다시 1년 안을 제안했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서조차 "시행 유예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이에 매달리고 정작 근본적 해법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본21 공동간사인 김성식 의원은 "당정이 시행 유예 기간동안 고용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부터 분명히 밝히고 이를 통해 야당을 설득하고 압박해야 한다"며 "유예기간을 따지는 것은 전혀 사태 해결의 본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성태 의원도 "법 시행 유예는 그 자체가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여당이 중소기업의 경영사정만 내세워 유예가 필요하다고 말하는데 옹색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유예기간 논의보다 1,185억원의 정규직전환 지원금의 조기집행 논의가 더 급하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100만 해고대란'전망에 한나라당이 생각없이 따라가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는 자아비판도 나왔다.
4선 중진의 남경필 의원은 "100만 해고 대란만 떠들고 정작 법 시행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한 노동부의 책임이 크다"며 "하지만 이를 감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할 여당의 책임도 통감한다"고 말했다. 현기환 의원도 "당초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을 할 생각을 하지 않고 유예만 하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대량해고를 강조한 측면이 있다"며 "결국 대량해고가 온다고 양치기 소년처럼 떠들었는데 결국 온 것은 늑대가 아니라 강아지였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유예하자고만 외치는 것은 여당으로서 안이한 접근"이라며 "전환지원금 조기 집행과 해고 비정규직에 대한 구직급여 지급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비정규직법 보다는 내심 미디어법 처리에 방점을 찍고 있어 비정규직법이 처리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남경필 의원은 "비정규직법 처리가 안 되는 것은 미디어법 처리와 연동돼 있기 때문"이라며 "미디어법에 야당의 입장을 반영해 합의 처리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섬으로써 비정규직법도 합의 처리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 민주당, 발언 자유있는 국회서 對與공격 나서야
여야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등원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내부에서조차 무조건 국회를 거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는 '등원론'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5선 중진인 박상천 의원은 7일 원내대표단ㆍ중진 연석회의에서 "시간은 우리를 안 기다리는 만큼 상임위 참여 문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5대 요구조건 등에 대해 한나라당이 전향적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국회 등원은 없다는 당 지도부 입장에 대해 공개된 장소에서 처음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표출된 것이다.
실제로 여야 협상의 출구가 보이지 않자 동요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원내대표단의 한 재선의원은 "등원에 대한 개개인의 입장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의원은 "더 이상 협상에서 나올 게 없다는 전망 때문에 언제까지 국회를 비워둘 것인가는 고민이 많다"고 했다. 6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박지원 김성곤 서종표 등 일부 의원들이 등원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차라리 국회를 열어 대정부 질문이나 상임위 활동을 통해 대정부 공세를 펴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여야 협상이 결렬되면 양쪽 모두의 책임으로 비쳐 민주당으로선 손해"라며 "발언의 자유가 있는 국회를 대여공격의 장으로 삼는 것이 더 나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미디어법 직권상정 날짜를 못박고 제2야당인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당장 국회로 들어오라"며 압박하는 외부변수도 지도부가 '묻지마식' 등원 거부를 고수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강래 원내대표가 6일과 7일 상임위별로 돌아가며 등원 문제에 대한 의견을 일일이 물은 것은 국회에 들어가서 싸우자는 당내 의견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의견수렴 결과, 등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도부가 선뜻 등원 카躍?내밀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등원할 경우의 여파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 중인 강경파 의원들은 "이대로 들어가면 백기투항이나 다름없다"며 등원에 반대하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국회가 열려도 한나라당이 밀어붙일 것이 분명한데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빈손으로 등원했다가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협상에서 한발이라도 물러서는 순간, 그동안 연대해왔던 외부 지지세력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지도부의 입지를 좁히는 대목이다.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김회경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