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뮤지컬 무대에 서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배우들이 늘고 있는 요즘이지만 박동하(35)의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2000년 말 일본으로 떠난 그는 극단 시키 단원을 거쳐 NHK의 한글 강좌 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2004년부터는 '엘리자베스'의 루돌프 황태자, '토미'의 워커 장군, 그리고 애니메이션 거장 데스카 오사무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불새'의 가오 등 대작의 주인공을 잇따라 꿰차, 유명세가 대단했다. 일본에 간 이유만큼이나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궁금할 정도다.
2007년과 올 상반기에 뮤지컬 '김종욱 찾기'로 오랜만에 고국 팬들과 만났던 그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남자 주인공 빌리로 다시 한국 관객을 찾는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아예 활동의 중심지를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길 생각이다.
"그간 우리말로 강한 드라마를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고, 한국에 소개되는 좋은 작품들을 놓치고 있는 점도 아쉬웠어요. 배해선, 김선영 등 한국에서 함께 활동했던 동갑내기 배우들이 톱스타가 돼 있는 게 부럽기도 했죠."
그는 타협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한국 뮤지컬계의 촉망받는 신인이었던 그가 과감히 일본행을 결정한 것도 그래서다. 그는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족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해내고 싶어 극도의 가난을 경험한 시간이었지만 그 시절이 없었다면 제 배우 인생은 진작 끝났을 겁니다. 배가 고파 복숭아 통조림으로 끼니를 해결하다 보니 '깡통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죠. 그리고 그 배고픔의 기억이, 작은 인연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일본 뮤지컬에도 계속 출연할 예정이지만 한국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우고 있는 그에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새로운 시작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지금이야말로 정말 필요한 공연이에요. 화려한 무대뿐 아니라 시골소녀 페기 소여의 성공 스토리 뒤에 숨겨진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작품이거든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정말 오랜만에 서는 대형 뮤지컬 무대여서 의미가 커요."
조만간 한일합작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도 얼굴을 비칠 그는 앞으로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시카고' '메리 포핀스' 등에서 한국어로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여전히 의문은 남았다. 한창 주목받던 시절에 타국 땅으로 떠난 용기, 그리고 그 곳에서 누리던 영화를 뒤로 한 채 고국에서 새롭게 출발하기로 한 굳은 의지는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그는 스카프를 매는 동작을 해 보였다.
"주인공 페기 소여에게는 '행운의 스카프'가 있어요. 제게는 배우라는 직업이 행운의 스카프 같은 역할을 하죠. 제가 배우가 아니었다면 과연 타국 생활의 고충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앞으로 연이 닿는 한 배우로서든, 한일 양국의 메신저로서든 사회에 환원하고 싶습니다."
공연 문의 (02)501-7888
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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