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전자상가로 유명한 일본 도쿄(東京) 아키하바라(秋葉原) 대로의 무차별 살인사건 후 1년 여만에 이번에는 일본 제2 도시 오사카(大阪)에서 무차별 방화사건이 일어나 4명이 숨졌다.
5일 오후 4시15분께 오사카시 고노하나(此花)구 상업용 6층 빌딩의 1층 파친코점(성인오락실)에서 방화로 화재가 나 남녀 손님 3명과 파견사원이던 20세 여점원 1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범인은 휘발유를 담은 청색 통을 들고 파친코점 입구에 들어서 아무 말 없이 휘발유를 뿌린 뒤 바로 성냥으로 불을 붙인 뒤 도망갔다. 440여㎡ 넓이의 파친코점에는 당시 손님과 점원 등 95명이 밀집해 자칫 수십 명이 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범인은 사건 후 하룻만인 6일 제발로 경찰서를 찾아왔다. 자신이 오사카 방화범이라는 다카미 스나오(高見素直ㆍ41)는 "일도, 돈도 없고 인생에 혐오감이 일었다. 무차별 살상처럼 누구라도 상관 없이 사람을 죽이고 싶어져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 성냥으로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이혼한 뒤 탱크로리 운전수로 일하며 혼자 살았던 다카미는 성실하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수백만엔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에서 발생한 무차별 살인 사건은 13건(42명 사상)으로 최근 10년간 최악이었다. 특히 지난해 6월 초 일요일 대낮에 아키하바라에서 트럭으로 사람을 친 뒤 차에서 내려와 행인을 칼로 찔러 7명을 숨지게 한 사건은 충격적이었다.
범죄심리학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니가타세료(新潟靑陵)대학원 임상심리학연구과 우스이 마후미(確井眞史) 교수는 이번 오사카 방화사건이 1980년 도쿄 신주쿠(新宿)역 인근의 무차별 방화살인사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당시에는 범인이 정차해 있던 버스에 올라가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6명이 숨지고 14명이 중경상을 입게 했다.
우스이 교수는 "금전을 목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격심한 증오나 분노 없이 아무라도 좋으니까 죽이고 싶었다고 말하는 사람은 실제로는 아무라도 좋으니까 자기를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다 아무에게라도 인정 받고 싶다고 생각하는지 모른다"며 "사회가 이같이 절망하는 사람들을 더 이상 늘어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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