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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5> 감성으로 승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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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국이다] 1부 <5> 감성으로 승부하라

입력
2009.07.06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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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파는 것은 나중이고 먼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마음을 사고 나면 물건은 자연스럽게 팔리기 마련이다. 결국 중국인들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국 사업의 정수(精髓)이다."

4일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烟臺)경제개발구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굴삭기 생산법인 두산공정기계유한공사 공장. 이곳을 견학하러 찾아온 중국인 영업사원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이날도 중국 후베이(湖北)성 무한(武漢)시에서 두산 굴삭기를 판매하는 영업대리점 쳰리마(千里馬)의 양이화(楊義華)사장과 직원 90명이 버스로 15시간을 달려 공장을 찾아왔다. 두산의 이름을 걸고 중국 오지를 발로 뛰며 굴삭기를 판매하는 이들은 현장에서 접한 고객의 목소리를 제조 현장에 전달하느라 분주했다.

쳰리마 대리점의 연간 판매 금액은 54만위안(약 1,000억원). 기종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굴삭기 한대 가격이 평균 1억원이라면, 직원 한 명이 월 1대씩을 판매하는 셈이다. 이런 규모의 두산인프라코어 대리점이 중국 전역에 33개나 된다. 이들의 판매 열정과 높은 영업성과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 먼저 중국인의 마음을 잡아라

두산인프라코어는 2000년 이후 중국 굴삭기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며 성공신화를 써나가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쓰촨(四川)성 대지진 복구현장에서 꽃피운 두산의 이미지다.

대지진 재건 현장에서 선명한 'DOOSAN' 로고의 굴삭기가 활약하는 모습이 중국 CCTV를 통해 연일 보도됐다. 당시 두산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중국인을 앞장서 도와주는 진정한 이웃으로, 굴삭기는 생명을 구해주는 소중한 기계라는 이미지로 중국인들의 마음 속에 강하게 인식됐다.

이 같은 감동의 물결은 지난해 말 중국정부가 내수시장 부양책을 실시한 이래 중국 전역에서 획기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두산 굴삭기의 올해 예상 판매대수는 지난해보다 많은 1만2,500대에 달할 전망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캐터필러, 고마쯔, 히타치 등 세계 유수의 건설중장비 업체들보다 뒤늦은 1996년 6월 중국시장에 진출했지만, 불과 4년 만인 2000년 이후 이들을 제치고 7년째 중국 굴삭기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1997년 234대에 불과했던 굴삭기 판매 실적이 지난해 1만2,101대를 기록, 10여년 만에 50배가 넘는 고성장을 일궈냈다.

지난해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물량인 굴삭기 2,900대 판매와 업계 최초로 누적판매 6만대 돌파라는 기록도 수립했다. 매년 중국 인민일보 등이 발표하는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굴삭기 부문 6년 연속 1위'의 진기록을 이어가는 등 질적인 측면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라섰다.

정해익 두산공정기계 법인장은 "우리는 두산을 한 번도 외국기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중국 땅에 있는 공장에서 중국 종업원들이 굴삭기를 만들고, 그것을 중국 고객들에게 팔면서 중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중국 눈높이에 맞춘 현지화 전략

두산은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철저한 현지화 및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전역이 '공사판'이라고 할 만큼 개발 열기가 뜨겁고, 당연히 작업 물량도 넘쳐난다. 그렇다 보니 중국 고객들은 각종 옵션이 부착된 고급형 장비보다는 선진국보다 3~4배 가혹한 하루 20시간 이상 연속 사용에도 고장이 없는 중저가 기본형 굴삭기를 선호한다.

두산은 이런 환경을 감안해 과도한 편의장치나 고급 옵션 사양을 제거, 장비가격을 낮추면서 중요 부품의 내구성을 강화한 중국형 굴삭기를 내놓고 있다. 또 중국의 특수 지형을 겨냥해 공기가 희박한 고원지역 전용 굴삭기, 동북지역 혹한에 맞춘 굴삭기 등 고객의 사용 여건을 반영한 현지화 제품도 선보였다.

두산은 일부 대도시 중심으로 현금 판매에만 치중하는 경쟁사들의 영업전략에서 탈피, 1998년부터 중국시장 최초로 굴삭기 할부판매를 과감히 도입했다. 구매력이 취약한 중국 고객들이 메이저 회사의 고가 장비를 현금으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은데다, 할부 금융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두산은 고객들이 장비 고장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중국 전역에 370여 곳의 영업 및 A/S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화한 A/S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예컨대 업계 최초로 '24시간 내 A/S 처리완료 보장'과 '1만시간 A/S 점검' 제도 등을 시행하며 중국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현지화ㆍ차별화한 제품력과 영업망, A/S가 중국에서 두산 성공신화의 비결인 셈이다.

■ 밥캣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라

두산인프라코어가 2년 전 인수한 미국의 중장비업체 밥캣의 굴삭기 모델도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시장에 본격 출시된다. 두산이 밥캣 제품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두산은 내수 진작을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과 인프라 구축이 한창 진행 중인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밥캣의 6~8톤급 굴삭기 신제품을 대거 출시, 중국 프리미엄급 시장에서 세계 유수 제품들을 압도한다는 계획이다.

정 법인장은 "8톤 이하 제품은 소형굴삭기에 강한 밥캣이 담당하고, 두산은 아시아시장 노하우를 지닌 만큼 중국시장에 맞는 주력 모델을 공동 개발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며 "밥캣이 가세하는 올 하반기부터 중국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제2전성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정해익 두산공정기계유한공사 법인장

"중국 굴삭기시장에서 7년 연속 점유율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두산의 기본 철학인 신뢰와 감성경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대 2억원에 달하는 굴삭기는 중국 농촌마을 주민들이 목숨을 걸고 투자한 평생 먹거리이자 총재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굴삭기가 고장 나 멈춰서면 이들에겐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나 다름없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굴삭기 중국생산법인 두산공정기계유한공사(DICC)의 정해익 법인장은 6일 중국시장에서 굴삭기 판매 1위를 지속하는 비결로 '신뢰감'을 꼽았다.

정 법인장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제품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국시장에서 살아 남으려면 고객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해야 한다"며 "두산이라는 브랜드를 중국사회가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중국인과 함께 하는 진정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두산인프라코어는 중국 오지마을 구석구석 어디라도 24시간 안에 신속히 달려가 가장 확실하게 애프터서비스(A/S)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굴삭기의 품질과 거미줄 같은 영업망도 중요하지만, 철저한 A/S와 각종 사회공익활동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신뢰감 쌓기가 하나 둘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2월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추운 날씨 속에 고통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쓰촨(四川)성에 내의 10만벌을 기증했다. 쓰촨성 대지진 발생 9개월이 지나 사회적 관심이 식은 가운데 이뤄진 기부 활동에 많은 중국인들이 감동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신뢰감은 이 같은 사회적 감동 만들기를 통해 중국사회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정 법인장은 "지난해 지진 발생 당시 외국기업으로서는 가장 먼저 구호장비를 제공했고 산둥성 지역 기업 중 가장 많은 1,022만위안(약 18억원)의 물품과 성금을 지원했다"며 "이런 노력 때문인지 중국 최대의 굴삭기시장인 쓰촨성에서 두산 제품이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쓰촨성 굴삭기시장에서 두산 점유율은 2007년 말 14.2%에서 지난해 말 21.6%로 7.6%포인트나 치솟았다.

정 법인장은 "두산인프라코어는 2001년부터 낙후 지역에 초등학교 건립을 지원하는 '희망공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고,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 직업학교를 세워 기술인력 양성도 지원하고 있다"며 "이런 공익활동에 힘입어 캐터필러, 고마쯔, 히타치 등 세계적인 건설 중장비 기업들보다 중국시장에 뒤늦게 진출하고도 이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7년 연속 승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옌타이(산둥성)=장학만 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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