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도심 재개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이 쓰러지면서 철로를 덮쳐 경부선 열차 운행이 취소 또는 지연되고, 경의선 전철 일부 구간이 불통되는 등 '철도 대란'이 빚어졌다.
경의선 서울역~신촌역 구간 선로 옆에 위치한 서대문구 충정로3가동 C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높이 50m 타워크레인이 자재 운반 작업 중 전복된 것은 이날 오전 8시18분쯤. 크레인은 열차 전력공급 시설물을 쓰러뜨린 뒤 경의선 상ㆍ하행 2개 선로를 덮쳤다.
크레인 운전사 신모(37)씨는 30분쯤 뒤 소방대에 구조돼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동네 주민은 "쿵 하는 큰 소리가 들려서 황급히 밖에 나와봤더니 크레인이 철길 쪽으로 넘어졌더라. (주택 밀집 지역인) 반대편으로 넘어졌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이 사고로 서울역 선로에 전력 공급이 끊기면서 서울역에서 출발 예정이던 경부선 KTX와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18편의 운행이 2시간 넘게 전면 중단됐다. 상경하는 승객들도 광명역이나 영등포역에서 하차하는 불편을 겪었다.
서울역의 정체로 용산역에서 운행되는 호남선 열차도 지연됐다. 경의선을 이용해 도심 출근길에 올랐던 승객들도 도중 하차해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했다. 경의선은 문산역~신촌역 구간만 운행됐다.
오전 10시46분쯤 서울역에 전력 공급이 재개됐지만 사고 현장 복구가 늦어지면서 운행차질은 계속됐다. 오전 11시55분 출발 예정이던 부전행 새마을호는 1시간 반 늦은 오후 1시30분쯤 출발했고, 오후 2시10분발 부산행 무궁화호가 결행되는 등 운행 취소와 지연이 초래된 열차 편수는 97편(오후 6시 현재)에 달했다.
지체가 심했던 이유는 고양기지(KTX)와 수색기지(새마을호, 무궁화호) 통로인 경의선 철도가 막혀 차량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한정된 차량만 투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양방향 운전이 가능한 KTX와 달리, 새마을호, 무궁화호는 하행선 전환을 위해 차머리를 돌리느라 운행이 더욱 지연됐다.
서울역에선 발이 묶인 승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오전 8시20분 부산행 KTX를 시작으로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되자 서울역 매표소에는 탑승권을 환불하거나 다음 열차로 교환하려는 행렬이 창구마다 10~20m씩 이어졌다. 용무가 급한 승객들은 좌석표를 끊고도 입석으로 승차하는 불편을 겪었다.
서울역은 "전 기차역에서 1년 동안 환불이 가능하니 다른 교통편을 이용해달라"고 수시로 안내했지만 혼란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김희목(60)씨는 "부산행 기차를 타려고 하는데 표는 안 팔고 열차가 지연되고 있다는 방송만 나온다.
최소한 언제 출발할지 알려줘야 되지 않느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박춘석(41)씨는 "예약해둔 대구행 무궁화호를 타려고 2시간 넘게 기다렸더니 출발시간 다 돼서 운행이 취소됐다고 한다"며 역무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사고 현장엔 경찰서, 소방서, 코레일 관계자 등 130여 명이 투입돼 복구에 나섰다. 복구팀은 크레인을 분해해 기중기로 걷어내는 작업으로 이날 밤늦게 경의선 하행선을 우선 복구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7일 새벽쯤에나 열차 운행이 완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사 현장 및 크레인 회사 관계자, 목격자를 불러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크레인이 건축 자재를 운반하던 중 기둥 부위가 휘어지며 무너진 점에 주목, 크레인 작동 및 정비 관련 규정을 준수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사고 당시 크레인은 쇠파이프, 목재 등 300㎏가량을 운반 중이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일각에선 "무게 때문이 아니라 안전한 자재 운반을 유도해야 할 '신호수'가 제 역할을 못하는 바람에 자재가 구조물에 걸리면서 크레인이 충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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