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로 축출된 온두라스 대통령의 귀국이 좌절되고 이 과정에서 유혈충돌이 발생, 온두라스의 정국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다.
축출된 뒤 미국에 머물러 온 마누엘 셀라야 온두라스 대통령이 5일 귀국하는 과정에서 쿠데타 지지 군경과 셀라야 지지자들이 충돌, 최소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셀라야는 이날 귀국에 실패하고 니카라과로 이동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에서 베네수엘라의 소형 제트기에 탑승한 셀라야 대통령은 미겔 데스코토 브로크만 유엔 총회 의장 등과 함께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 공항 착륙을 시도했다.
호세 미겔 인술사 미주기구(OAS) 사무총장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 등은 별도의 비행기에 탑승해 셀라야의 비행기를 뒤따랐다. 셀라야 대통령은 기내에 생중계된 회견을 통해 "나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군 최고지휘관이며, 내가 착륙하여 국민들과 만날 수 있도록 공항 개방을 명령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임시정부측 군대는 활주로를 군 트럭으로 막는 등 셀라야의 입국을 허용치 않았다. 셀라야는 "활주로에 군 차량이 주차된 상황에서 착륙할 수 없다. 낙하산이 있으면 당장 비행기에서 뛰어내고 싶다"면서 "6일 혹은 그 후에 다시 귀국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셀라야는 비행기의 기수를 인근의 니카라과 수도 마나과로 돌렸다.
이날 테구시갈파 공항에서 셀라야의 귀국을 고대하던 수천여명의 지지자들은 공항 진입을 시도하면서 현장에 배치된 군경과 충돌이 벌어져 적어도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적십자사는 현장에서 30여명의 부상자를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군경측이 발사한 총탄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
셀라야의 입국을 차단하기 위해 배치된 군인들은 공항을 에워싼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경고사격을 했고, 시위대는 돌을 던지고 불을 지르기도 하는 등 양측간 거센 충돌이 일어났다. 온두라스 경찰 관계자는 "시위대가 활주로 진입을 시도하자 군 쪽에서 발포했다"고 말했다.
셀라야가 귀국하면 즉시 체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임시정부의 로베르토 미첼레티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니카라과군이 온두라스 국경지역으로 이동한 데 대해 "니카라과와 베네수엘라는 적대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그는 "셀라야 착륙저지 명령을 고수할 것"이라며 "우리는 합법정부로 국내정세가 안정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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