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러와'와 '무한도전'에 출연하고 있는 힙합 듀오 리쌍의 멤버 길은 어울리지 않는 왕자병과 툭툭 내뱉는 듯한 말투로 시청자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자신이 "모든 여자를 30초 안에 넘어오게 한다"고 믿는 무서운 아저씨 외모의 길은 무한도전 멤버들과 함께 들른 이비인후과에서 만난 간호사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제 사인 해드릴까요"라며 당당하게 추파를 던져 어이없음에서 촉발되는 웃음을 줬다.
길은 '놀러와'에 출연한 하늘같은 선배 가수 유현상이 자신을 모른다고 하자 "저도 형님 몰라요"라고 천연덕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KBS 2TV '천하무적 야구단'과 '놀러와'의 이하늘은 '버럭 하늘' 콘셉트로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고 있다. 잦은 지각과 욕설에 대한 벌칙으로 지옥훈련을 받던 이하늘은 자신을 약올리는 임창정에게 "그만 좀 하라"고 분노를 폭발해 지옥훈련의 의미를 무색케 했다.
이하늘은 야구 시합을 함께 하기로 한 중학생 팀의 야유를 받자 그들을 쫓아가 화를 내는 천방지축 개구쟁이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과거 '비호감'이던 연예인 3인방이 예능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DJ DOC의 이하늘과 리쌍의 길, 부활의 김태원이 그들이다.
각각 폭력과 마약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이하늘과 김태원, 그리고 험상궂은 인상의 길은 음악성은 인정받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를 주지 못했던 인물들이다. 그랬던 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예상치 못한 입심을 선보이면서 '예능 늦둥이'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김태원은 '샴페인' '남자의 자격' '스타 골든벨'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외모 등 스타일을 변화시키거나 새 앨범이 나와 탄력을 받은 것도 아닌 이들이 뒤늦게 예능계의 강자로 떠오른 이유가 뭘까.
■ '리얼리티 쇼' 인기 따라 달라진 방송환경
현재 방송 3사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패밀리가 떴다' '무한도전' '1박2일'이 모두 리얼리티를 표방한 정도로 방송계에는 리얼리티의 인기가 강세다. 때문에 과거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출연자가 욕을 하거나 돌출 행동을 하는 것이 금기시됐으나, 리얼리티 쇼의 인기로 점차 그러한 경향이 완화되고 있다.
출연자의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야 하는 리얼리티 쇼의 특성상 느슨한 분위기에서 촬영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그러다보니 다소 험한 말이나 돌출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잦아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예능 감각은 있으나 그 외의 요인 때문에 '끼를 썩히던' 이하늘이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천하무적 야구단'의 최재형 PD는 "이하늘의 경우 음악 잘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와 악동의 이미지가 동시에 있었다"면서 "왕년의 스타이자 악동이었던 사람들을 모아 야구단을 만들어보자는 콘셉트에 적절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캐스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음악 외적인 문제에 대해 남 눈치 보기 싫어하는 이하늘의 성격을 아는 사람들 몇몇은 "프로그램은 재미있겠지만 괜찮겠느냐"고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 예능은 신선한 얼굴을 원한다
이하늘, 길, 김태원은 가요계가 아닌 예능계에서는 신선한 인물이다. 그 때문에 항상 새로운 얼굴에 목말라하는 예능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입담좋은 이들은 좋은 섭외 대상이다.
로커 출신의 김태원은 새로운 인물을 찾던 제작진의 이해와 맞아떨어져 예능 스타가 됐다. '4차원' '국민약골' '외할머니'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김태원은 김구라, 유재석, 강호동 등 전문 MC들과 차별화된 경력을 활용한 입담으로 무려 4개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며 활약하고 있다.
가요 프로그램 외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길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기 전 이미 방송가에서 '재미있는 친구'로 유명했다. 그를 눈여겨 본 '놀러와'의 신정수 PD에게 발굴된 길은 '놀러와'에 이어 '무한도전'에 8번째 멤버로 합류하며 기존 멤버에 식상했던 시청자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다.
'무한도전'의 김엽 PD는 "작가나 PD는 사적인 자리에서 연예인의 방송 외적인 진솔한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다"며 "시청자가 놓치고 있던 끼가 새로운 캐릭터로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캐스팅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차예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