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찬란한 유산'의 고은성(한효주)에겐 두 명의 새어머니가 있다. 고은성의 아버지와 재혼한 백성희(김미숙)와 진성식품 오너 장숙자(반효정)이다. 두 사람은 고은성의 인생을 바꾼다.
백성희는 남편이 경영하던 회사가 부도 나고, 남편이 자신을 사고사로 위장해 잠적하자 고은성과 연을 끊는다. 남편 명의의 생명보험금도 독식한다. 반대로 장숙자는 고은성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집에 들인다.
두 어머니는 '찬란한 유산'이 제시하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이다. 백성희는 더 안락한 생활을 위해 고은성을 내치고, 그의 자폐아 동생 고은우(연준석)를 버린다.
반면 장숙자의 회사는 싱글맘과 등록금을 못 내는 대학생 등 사회적 약자를 직원으로 우선 채용하고, 그들의 복지를 위해 힘쓴다. 백성희가 자신과 친딸 유승미(문채원)만을 위해 산다면, 장숙자는 혈연을 뛰어넘어 사회적 약자들의 연대를 위해 산다.
고은성이 독거노인으로 신분을 위장한 장숙자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리자 그를 돌보며 "이렇게 할머니를 돌보면 누군가는 은우를 돌볼 것 같다"고 말하는 건 이 작품의 메시지를 보여준다. 혼자 잘 살 것인가, 서로 도우면서 행복할 것인가.
고은성의 말대로, '찬란한 유산'은 "한 사람의 생각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도 된다고 주장한다. 백성희는 숱한 악행으로 부를 얻지만, 언젠가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장숙자의 손자 선우환(이승기)은 자신에게 돈이 없어지자 안면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며 몸서리친다. 돈을 위해, 나만을 위해 사는 사이 인성은 타락하고 사회는 각박해진다.
우리는 정말 인간답게 살고 있는 것일까. 물론 '찬란한 유산'에는 선우환과 고은성의 멜로드라마나 등장인물 간의 연속된 우연에서 빚어지는 극적인 스토리 등 전형적인 요소들도 많다.
그러나 '찬란한 유산'은 그 이야기 속에서 지금 우리의 현재를 풍자하며 시청자들을 강하게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경제불황 속에서 아버지로 상징되는 기존 질서는 점점 무너진다. 삶은 더 각박해지고, 자폐아나 독거노인이 의지할 곳은 점점 더 사라진다.
지금 우리는 무슨 선택을 할 것인가. 돈 한 푼 더 벌려고 남을 해칠 것인가, 남을 도우며 모두 행복해질 것인가. 최근 '찬란한 유산'이 시청률 40%에 육박하는 인기를 모으는 것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가 제시하는 새로운 삶의 해법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막장 어머니'는 지쳤다. 이젠 '인간다운' 어머니, 모두의 어머니가 필요하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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