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된 이후, 여야 모두 당장의 재론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협상 재개 전망조차 불투명하다.
현실화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실직 사태를 막기 위해 임시미봉책으로 유예기간을 갖고, 그 기간에 국회 특위 등을 통해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하자는 대강의 의견 접근이 한때 이루어지더니 막상 여야 협상에서 드러난 이견은 너무나 컸다.
여당이 유예기간을 1년으로 줄일 수 있다고 물러선 데 대해 한동안 6개월로 유예기간을 단축하자던 야당은 더 이상의 유예기간은 필요하지 않다며 '법대로'를 주장하고 나섰다. 오랫동안 유예기간과 정규직 전환에 상응한 정부 보조금 액수를 놓고 다투었던 경과에 비추면 어리둥절하기 짝이 없다. 실컷 이러쿵저러쿵 하며 돌고 돌다가 결국은 '유예기간을 두자, 말자'는 해묵은 논쟁, 즉 2006년 12월 법 제정 이전의 논란으로 되돌아 가고 만 듯하다.
우리는 민주당이 이 문제를 두고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리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당장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실직이 잇따라 구체적 곤궁이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어떻게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2년 동안 뭘 하다가 뒤늦게 난리법석을 떠느냐고 정부ㆍ여당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것이라면, 입법 과정이나 초기 시행과정을 주도한 지난 정권도 자유로울 수 없음을 환기하고 싶다.
또 실직 사태로 팽배할 사회적 불만이 꼭 정부ㆍ여당을 겨누리라는 보장도 없다. 혹시라도 실직 사태가 비정규직법이 목표로 한 이상적 단계로 가기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여긴다면 당사자들에게는 너무 무책임하고 야속하다. 이러고서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실직 사태를 맞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아직 조직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고, 당장 새로운 일자리를 찾느라 여념이 없어 집단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가벼이 여기겠다는 뜻인가. 대란이냐, 소란이냐를 가르는 잣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미 빚어진 실직만으로도 팔짱을 풀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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