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규제와 공무원들의 행정 실수 때문에 억울하게 폐업 위기에 몰린 중소기업을 국민권익위원회와 경기도가 힘을 합해 살려 냈다.
경기 안산시의 실내 장식용 시트 인쇄 업체인 A사. 2000년 10월 안산시 시화공단에서 영업을 시작한 이후 사업 규모가 커져 2007년 인근 안산시 반월공단으로 공장 확장 이전을 결정했다. 이후 일은 착착 진행됐다.
'7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반월공단 입주 계약 체결 및 안산시 건축 허가_11월 공장 완공 및 안산시 사용 승인_12월 공장 가동' 등 탄탄대로였다.
하지만 2008년 4월 불벼락이 떨어졌다. 반월공단의 공장으로 환경 단속을 나온 안산시 공무원이 뒤늦게 '(인쇄 업체 등) 악취 배출 업체는 같은 공단 안에서만 이전이 가능하다'는 시 규정을 들어 시화공단에서 반월공단으로 공장을 옮긴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
공장 이전 승인 과정에서 시 규정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안산시의 행정 착오가 불러 온 '재앙'이었다.
결국 같은 해 10월 안산시는 A사에 공장 폐쇄 명령을 내렸다. A사가 공장 이전에 투자한 50여억원이 고스란히 날아가고 최악의 경우 직원 20명이 직장을 잃을 판이었다. A사는 안산시를 상대로 두 건의 행정소송까지 냈지만 여의치 않았다.
A사 대표 B씨는 "공무원들을 수차례 찾아 갔지만 '규정이 그렇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소송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B씨는 고심 끝에 올해 1월 권익위에 기업 고충 민원을 접수했다. 권익위는 2월 경기도에 도움을 요청했고, 논의 끝에 '시화ㆍ반월공단이 행정구역상으로는 구분돼 있지만 행정 수요자인 기업의 관점에서는 사실상 같은 단지로 보는 게 맞다.
또 A 업체를 심각한 악취 배출 업체로 볼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안산시는 6월 공장 폐쇄 명령을 취소했고, 경기도는 7월 중 시화ㆍ반월공단을 같은 공단으로 간주하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화ㆍ반월공단을 굳이 따로 관리하는 행정 편의주의와 안산시 담당 부서들 사이의 업무 비협조 때문에 기업이 엉뚱하게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B씨는 "그간 마음 고생한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도 "기업 할 여건이 만들어졌으니 안산시에 불이익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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