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근로 프로젝트 사업에 참가한 동네 주민 4명이 청산가리가 든 막걸리를 마시고 구토증세를 보이다 2명이 숨지고 2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독극물 범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6일 오전 9시10분께 전남 순천시 황전면 금평리 황전천변에서 최모(56ㆍ여)씨와 정모(68ㆍ여), 장모(74ㆍ여), 이모(75ㆍ여)씨가 S주조공사 750㎖짜리 P생막걸리 한 통을 플라스틱컵에 1, 2잔씩 나눠 마신 직후 구토를 하며 쓰러졌다. 이 중 최씨는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으며, 정씨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이날 오후 8시30분께 숨졌다. 한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장씨는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증세가 호전됐다. 또 막걸리를 마시다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막걸리를 마시지 않고 내뱉은 이씨도 복통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같은 마을 주민인 최씨 등은 이날 오전 8시부터 황전천변에서 다른 희망근로 참가자 40명과 함께 제초작업을 하던 중 휴식시간을 이용해 최씨가 집에서 가져온 막걸리 2통 중 1통을 나눠 마셨다. 이 막걸리는 이날 새벽 최씨의 남편이 집 밖에 있는 화장실에 다녀오다가 대문 안쪽 마당에 놓여 있던 것을 주워서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었다. 이 막걸리에서는 역한 냄새가 풍겼으며, 진한 갈색을 띄고 있었다.
최씨의 남편은 경찰에서 "평소 마을 일을 잘 도와줘 주민들이 집에 술을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문제의 막걸리도 주민들이 준 것으로 알고 별다른 의심 없이 토방에 갖다 놓고 일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막걸리를 수거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성분감정을 의뢰한 결과, 청산가리가 다량 포함된 사실을 확인했다. 무색무취인 청산가리는 극소량(0.15g)만 섭취해도 즉사하는 독극물로 금과 은의 재생처리 등에 사용된다.
경찰은 최씨 등이 막걸리를 마실 당시 막걸리통의 마개가 이미 개봉된 상태였던 데다 청산가리가 검출된 점으로 미뤄 범인이 숨진 최씨와 원한관계에 있거나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를 목적으로 독극물을 탄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순천=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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