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물이냐, 눈이냐?"
100억원이 훨씬 넘는 제작비가 투입돼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는 '해운대'와 '국가대표'가 개봉일을 각각 23일, 30일로 확정했다. 다크호스 '차우'는 16일 개봉, 흥행 주도권을 노린다. 극장가 최대의 대목인 여름 시장을 달굴 대진표가 확정된 것이다.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상황을 가정한 재난영화 '해운대'와,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의 애환을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국가대표'는 1주일 간격으로 개봉하지만 사실상 정면대결을 펼치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초 '해운대' 개봉 2주 후 극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됐던 '국가대표'가 개봉일을 1주일 앞당기며 맞대결을 자청, 전운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흥행 쓰나미'와 '흥행 국가대표'를 각각 자신하지만 둘 중 하나만 살아남을 백척간두의 상황이다. 관객들이야 골라 보는 재미로 신이 나겠지만, 영화 관계자들의 피를 말릴 두 영화의 여름 대전을 4개의 관전 포인트로 나눠 살펴본다.
■ 1,083만명이냐 976만명이냐
1,083만 흥행 감독과 976만 동원 감독의 대결.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남다른 흥행 감각을 지닌 두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기대치를 높인다. 순발력 넘치는 코미디와 따스한 휴머니티를 결합시키는 연금술로 관객들의 미소와 눈물을 동시에 훔쳐온 두 감독의 닮은 꼴 장기 대결이 흥미롭다.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은 2001년 '두사부일체'(310만명)로 데뷔, '색즉시공'(408만명)과 '1번가의 기적'(275만명) 등을 연출했다. '낭만자객'(90만명)의 흥행 참패를 제외하면 흥행 성공률 75%이다.
'국가대표'의 김용화 감독도 윤 감독 못지않은 충무로의 미다스의 손이다. 2003년 데뷔작 '오! 브라더스'로 314만명을 극장으로 부른 데 이어 '미녀는 괴로워'(662만명)로 대박을 터트렸다. 두 차례 모두 흥행 홈런을 날린 셈이다.
■ 중견 대 신예 배우
중견배우와 신예배우로 각각 진용을 꾸린 출연진들의 연기 대결도 치열하다. '해운대'는 쓰나미로 죽음의 문턱에 서게 된 횟집 주인 최만식(설경구)과 강연희(하지원)의 물기 어린 사랑 이야기에 지질학자 김휘(박중훈), 그의 전 아내 이유진(엄정화)의 사연이 포개진다. 젊은 배우 이민기와 강예원, 김인권도 가세했지만 중견 배우들의 중량감이 무게중심을 잡는다.
'국가대표'는 젊은 패기가 돋보인다. 충무로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하정우가 친엄마를 찾기 위해 국적까지 바꾼 입양아 출신 밥 역을 연기하고, TV드라마 '커피프린스'로 여성 팬을 확보한 김동욱이 사고뭉치 흥철 역을 맡았다.
■ 100억원대 물량 싸움
각각 총제작비 150억원('해운대')과 110억원('국가대표')을 들여 빚어낸 화면도 경쟁적으로 관객들의 시신경을 자극할 듯하다.
'해운대'가 공을 들인 부분은 시속 800㎞의 가공할 위력으로 해운대를 삼켜버리는 쓰나미의 위력. '투모로우'와 '퍼펙트 스톰' 등에서 시각효과를 맡아 물과 관련한 컴퓨터그래픽에서 1인자로 꼽히는 한스 울릭의 할리우드 회사 폴리곤 엔터테인먼트가 초대형 해일을 만들어냈다.
배우들이 거대한 파도에 쓸려가는 장면 등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달 가량 현지 스태프와 함께 찍었다. 촬영에 쓰인 물만 2만 톤. 제작사 관계자는 "컴퓨터그래픽 등 특수효과에 500만 달러가 들었고, 세트 마련에 들어간 돈도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국가대표'의 촬영기간은 7개월. 충무로 평균의 2배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3대 이상의 카메라가 촬영장을 지켰다. 경기 장면 촬영을 위해 동원된 카메라는 10대나 됐다.
눈깜짝할 사이 진행되는 경기 장면을 선수를 따라가며 잡아내기 위해 특수 카메라 캠캣도 동원됐다. 제작사 관계자는 "세계 스키점프 선수권대회를 촬영하는 오스트리아 스태프가 내한해 15일간 함께 촬영했다"고 말했다.
■ 음악으로 관객 마음 적셔라
관객의 동공뿐 아니라 고막을 둘러싼 경쟁도 예사롭지 않다. '해운대'의 음악감독은 클래식 기타리스트 이병우.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왕의 남자'와 '괴물'로 성가를 높인 터라 제작사의 기대가 사뭇 크다.
'국가대표'는 김용화 감독의 오랜 친구이자 모던록 그룹 러브홀릭의 리더인 이재학이 '미녀는 괴로워'에 이어 스크린에 음악을 입혔다. 알렉스와 호란, 이승열, 박기영 등이 함께 부른 '버터플라이' 등 7~8곡이 '해운대'에 맞선다.
라제기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