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한다. 벌써 후텁지근하다. 시원한 것이 갈수록 간절해지는 국민들을 위해 정부가 납량특집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 안보 홍보 이벤트로 내놓은 플래시게임 '안보신권'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광부)가 제작해 영화관에서 틀고 있는 4대강 살리기 '대한늬우스'가 그것이다. 웃긴다는 점에서는 코미디가 분명한데, 헛웃음 끝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보면 코믹 호러 같다.
'안보신권'은 국정원이 6ㆍ25 발발 59주년을 맞아 '나라를 수호하는 무술비법전서'라며 내놓은 간첩ㆍ좌익 사범 찾기 놀이다. 열심히 '수련'하면 넷북, 닌텐도위, 디지털카메라, 국정원시계 등 경품을 준다며 국정원 홈페이지에서 7월 21일까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 내용이 인상적이다. 이 게임은 좌익ㆍ간첩 사범의 특징으로 PC방 등의 외진 구석에서 불순내용을 게재ㆍ전파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사람, 남북 경협ㆍ이산가족 상봉 등을 구실로 통일운동을 하자는 사람, 묘지ㆍ기념탑ㆍ큰 바위 등 표시가 될 만한 지점에 동그라미나 세모 등 이상한 표시를 하고 물건을 몰래 파묻거나 꺼내오는 사람 등을 지목하고 있다.
통일, 함부로 말 꺼내면 안 되겠군. PC방에서 재수 없으면 벼락 맞겠네. 아니, 꼬맹이 조카하고 동네 뒷산에 비밀 아지트 만들어서 사탕 묻어두고 표시했는데, 큰일났군. 식별 요령 설명만 자상한 게 아니고, 게임을 구성하는 그림도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지나치게 친절하고 유치하다.
4대강 살리기를 홍보하는 대한늬우스는 지난달 25일 처음 스크린에 나오자나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문광부는 광고일 뿐인데 웬 과민반응이냐고 하지만, 관객들은 왜 내 돈 내고 영화 보러 와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홍보물을 봐야 하느냐, 그것도 세금으로 만든 것 아니냐며 화를 낸다.
'장년층에게는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함을 주기 위한 광고기법 차원에서 대한늬우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문광부의 해명은 독재의 유산이 어떻게 향수가 되고 신선한 게 될 수 있냐는 더 큰 반발만 일으켰다. 거기에 출연한 코미디언들이 욕을 먹고 대한늬우스 트는 극장 안 가기 운동이 벌어지는 가운데 대한늬우스의 패러디 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다. 예컨대 '이명박에 대한늬우스'는 대통령을 조롱하는 지독한 풍자로 현 정부에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안보신권'과 '대한늬우스'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소통'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정부가 국민을 계몽 대상으로 보고 홍보에 열을 올리는 건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 선전일 뿐이다. 그건 지난해 촛불시위 때 등장했던 명박산성을 스크린 삼아 상영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당시 문광부 홍보지원국의 직원 교육 강의자료에 이런 구절이 있었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해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가 가능하다." 문광부의 생각이 아니고, 외부 강사의 견해였다고 한다. 하지만 유인촌 문광부 장관이 최근 한국예술종합학교 문제로 1인시위를 하는 학부모에게 '누가 세뇌시켰지?' 라고 말한 것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 덥다.
오미환 문화부 차장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