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이 이스라엘의 대 이란 공습을 용인하려는 듯한 발언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바이든 부통령은 5일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미국은 다른 주권국가에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은 이란 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과 관련해 국익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시설을 공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의 열쇠는 미국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가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여부를 놓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입장 중 가장 수위가 높은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은 5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이란이 협력하지 않는 대화를 영원히 계속할 수는 없다"면서도 "올해 말까지는 외교적인 노력을 우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는 이날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때 사우디 아라비아가 자국 영공을 개방해 주기로 했다고 보도해 이 같은 가능성을 더욱 키웠다.
외교소식통들은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이 미 행정부의 공식 입장을 담은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바이든 부통령이 말실수와 즉흥적인 답변으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전력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재선 과정에서 정치적 혼란이 극에 달한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을 들어 바이든 부통령의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기도 한다.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은 이날 CBS 방송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란에 대한 어떠한 군사 공격도 직접적인 효과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야기될 다른 문제로 인해 매우 불안정한 상황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핵전문가들은 핵 시설이 이란 전역에 퍼져있고, 일부 시설은 지하에 설치돼 있어 공습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스티븐 쿡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최근 외교 전문 격월간지 포린 폴리시 기고문에서 "우라늄 농축을 진행하는 현 단계에서 이란을 공습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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