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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도전하라! "아직도 인턴해? 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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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청년들이여, 도전하라! "아직도 인턴해? 독~해"

입력
2009.07.0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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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A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이모(24ㆍ여)씨는 한국에서 취업에 실패하고 이달 말 영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이씨의 토익 점수는 900점대 중반, 학점도 상위권이어서 인턴 경험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판단에 국내 금융회사와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을 했지만 취업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는 "대학 재학 중 인턴을 하고 졸업과 동시에 채용하는 영국과 달리 한국의 인턴은 일시적인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인턴은 '취업 전 업무교육' 기능을 인정받아 채용 시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다. 때문에 대학생들은 방학 때만 되면 인턴 경력을 쌓기 위해 분주했다. 그러나 올들어 인턴은 인턴일 뿐, 취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구직자들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말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 중 절반 이상이 인턴 경력을 갖고 있지만 취업에 도움이 됐다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는 올들어 인턴 경험과 취업과의 상관관계가 사라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회사가 지난 2월, 졸업 전 취업자 402명과 미취업자 583명의 인턴 경험을 비교한 결과 미취업자(32.9%)가 오히려 취업자보다 0.1%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졸업 전 미취업자의 인턴 경험이 29.9%로 취업자보다 7.9%포인트 낮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졸업 전 취업자들의 공모전 입상경험은 28.9%로 미취업자보다 8.6%포인트, 어학연수 경험은 26.7%로 2.3%포인트 각각 높았다. 지난해만 해도 인턴 경험이 어학연수 경험보다 취업에 더 영향을 미쳤던 셈이다.

인턴이 취업시장에서 푸대접 받는 이유는 단순 업무의 아르바이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최근 두 달간 중소기업에서 일했던 정모(26)씨는 "직원들에게 전화를 연결해주는 게 주업무고, 나머지 시간은 인터넷을 하면서 보냈다"며 "하도 하는 일이 없어 점심 먹으러 나갈 때나 퇴근할 때 직원들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서울의 대형 회계법인에서 인턴 생활을 한 김모(27ㆍS대 4)씨는 "한 달 동안 회의실 청소, 복사, 자료입력 등 잔심부름만 했다"면서 "이런 경험이 취업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싶어 도망치듯 사표를 내고 나왔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달 취업포털 커리어가 올 상반기 인턴 경험자 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1.9%)이 '다시는 인턴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들은 '단순 업무만 주어지기 때문에'(26.9%), '취업하는 데 인턴 경험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서'(17.4%)를 주된 이유로 꼽았다.

허드렛일만 하면서 직무교육을 받지 못한 인턴에게 기업들이 자리를 내줄 리 만무하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다른 회사에서 인턴 기간 중 어떤 업무를 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른 회사의 인턴 경력을 입사시험 성적에 반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형 유통업체 인사담당자는 "올해 인턴을 100명 이상 뽑았는데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별다른 계획 없이 한 것"이라며 "이렇게 운영되는 인턴제도는 구직자 본인은 물론 회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은 정부의 인턴 지원책을 악용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의 임금 50%, 금액으로는 월 50만원에서 최대 80만원까지 지원하는 것을 이용, 인건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당 4,000원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하루 8시간씩 한 달 22일을 일하면 기업은 70만4,000원을 줘야 하지만, 그 대신 월급 100만원의 인턴을 고용하면 정부 지원을 빼고 실제 50만원만 지불하면 돼 2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는 셈이다. 때문에 인턴의 아르바이트 대체현상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경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줄 알면서도 인턴 생활을 반복하는 구직자들도 늘고 있다. 대부분 용돈이라도 벌겠다는 심정으로 또 다시 인턴에 뛰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 8월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는 신모(26ㆍ여)씨는 "학원비와 토익 응시료 등 매달 50만원이 나가는 상황에서 무작정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 없어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공기업 인턴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턴 경력만 세 번째인 한 중소기업 인턴 김모(29)씨는 "언제까지 하루 벌어 하루 살 듯 인턴으로 연명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대학 취업지도 담당자들은 인턴 본래의 기능인 '교육과 평가'에 충실한 인턴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준현 홍익대 취업진로센터 과장은 "인턴으로 뽑아서 교육 후 업무능력, 태도 등을 면밀하게 평가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종육 한국외국어대 경력개발센터 과장은 "공공기관이 인턴 본래의 기능을 되찾아 '인턴 후 선발'에 앞장서야 전체 기업들의 채용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김혜경 기자

■ 직무·리더십 교육 정규직처럼…"외국계 기업은 달라요"

인턴제도가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전락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의 상당수 외국계 회사들은 인턴제도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재양성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 초 한국IBM에 입사한 박민정(26ㆍ여)씨는 이 회사 인턴사원 출신이다. 박씨는 작년 8주 동안 인사부에서 인턴을 하면서 사내외 전문가로부터 마케팅 실무, 미래의 기술동향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고 사내 인트라넷에 접속해 멘토의 업무도 도왔다.

그때 박씨가 제안한 '2009 채용전략'이 채택돼 작년 말 공채 때 활용되기도 했다. 박씨 역시 자신이 인턴 때 기획한 이 채용전략에 따라 입사를 하게 됐다. 박씨는 "국내 세 곳의 금융회사에서도 인턴을 했지만, 말이 인턴일 뿐 문서복사 같은 잡일만 했다"며 "그러나 이 곳에서는 매주 했던 업무를 제출하면 인사부가 부서 내에서 허드렛일을 시키진 않았는지 검토를 한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 인턴은 하는 업무에서부터 국내 다른 기업 인턴과는 다르다는 평가가 많다. 전직원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한국P&G는 채용공고에서 '인턴은 정직원과 같은 일을 하게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로레알코리아는 정직원 한 명과 최대 두 명의 인턴이 한 조가 돼서 같은 업무를 공동으로 수행한다.

인턴에 대한 인식이 다른 만큼 인턴에 대한 교육기회 역시 외국계 기업이 훨씬 많이 제공하고 있다. 한국IBM은 외부 전문가, 실무진은 물론 임원들이 직접 나서 직무교육과 리더십 교육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그 동안 인사부에서 총괄하던 인턴 교육을 교육팀에서 맡고 있다.

이 회사 인사부 김태성 차장은 "인턴교육을 정식사원에 준해 강도 높게 시키자는 취지로 교육팀에서 인턴을 전담하기로 했다"며 "우리 회사 인턴 출신이라면 타사에서도 노릴만한 인재로 만들자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 결과 작년 말 이 회사 인턴 51명 가운데 41명이 "한국IBM 인턴 경험을 주위에 적극 추천하겠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윤종혁 비상취업아카데미 교수부장은 "국내 기업들이 지금처럼 준비 없이 인턴 수만 늘릴 경우 이들이 소속감도 가지지 못할 뿐더러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기업들도 인재를 키우려면 외국계 기업과 같이 체계적인 교육과 직무훈련을 통해 발전기회를 주고, 정규직 지원 때 인센티브를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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