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 서울시청 앞에는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는 한 공간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시민들을 위한 대화와 소통의 장으로 만든 서울광장이 그곳이다.
그 광장이 요즘 한국의 국가적 위상과 국가 브랜드 가치를 하락시키는 골치덩어리 공간으로 변모했다. 광장이란 이름이 지니는 원래의 의미를 무색하게 만드는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광장은 열린 공간이다. 광장은 누구든 원하는 사람이라면 찾을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다수의 대중이 모여 특정 이슈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사회적 공감대의 실체를 찾아가는 소통의 장이다.
근대 이후 약 100여년 동안 광장으로 사용된 시청 앞 서울광장은 그 위치나 의미에 걸맞게 한국 근대사에 기록되는 역사적 사건의 현장이었다. 구한 말 대한문 앞 광장은 일제의 강제 퇴위 압력에 맞서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고종보호 시위를 펼쳤고, 강점기에는 3ㆍ1만세 운동이 열린 장소다. 현대에 들어서는 4ㆍ19혁명, 한일회담 반대시위, 6월 민주화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민주주의를 완결 시킨 역사적 현장이자 시민민주주의의 상징적인 보루였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 이후 광장조성 계획이 마련되어 2004년 잔디광장으로 거듭난 서울광장은 한국의 정치경제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문제의 광장'으로 변모했다. 국가적인 이슈나 특정 이익집단의 문제가 있을 때 마다 불법 시위 및 노동 쟁위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서울광장은 국내외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대상이 되어 한국 국내 정세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준거로 제시되고 있다.
서울광장을 둘러싸고 일어난 지난 몇 년간의 일들이 글로벌 기업의 현지법인을 운영하는 기업가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이국 땅에서 언론을 통해 보는 서울광장의 풍경은 국가적이고 사회적인 이슈에 불만이 있는 사람들이 그 감정을 집단시위나 무력으로 표시하는 '분노의 광장'으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게 된다.
30년 이상 기업에 몸담고 있으면서 1년 중 120일 가량 출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나라들을 가보았지만 서울광장에서 목격하는 이런 풍경은 선진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한국적 현상이다. 어찌 보면 우리 경제만큼 역동적인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시민사회가 성장한 한국 사회에서 우리 국민들은 서울광장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의사표현 행위를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해외 언론이나 기업인들에게 서울광장에서의 시위장면은 한국 사회가 매우 불안정하고 전근대적인 것으로 이해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
문제는 서울광장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이런 풍경들이 글로벌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선진화 위상을 저해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하락 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IMF 이후 가속화한 우리 경제의 선진화, 세계화 현상에 역진하는 서울광장의 모습은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해외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심지어 이미 내린 투자결정을 번복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 기업의 원활한 경제활동은 사회적 안정성은 물론 국민적 행복지수와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광장을 숲으로 바꾸는 것도 해결방안의 하나일 것이다.
신박제 한국외국기업협회장 ·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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