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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DNA 발견자의 '처세술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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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지루한 사람과 어울리지 마라' DNA 발견자의 '처세술 DNA'

입력
2009.07.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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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듀이 왓슨 지음ㆍ김명남 옮김/이레 발행ㆍ488쪽ㆍ2만5,000원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을 들어라 ▦몇 년 내로 구체적인 성공이 예감되는 문제만 다루어라 ▦윗사람을 아는 친구들을 만들어라 ▦부유한 이웃들을 두어라…. 이런 항목들로 가득한 책을 훑어보는 당신의 표정은 일그러질지도 모른다. 저 흔해빠진, 세속적인 처세술 책이라니! 하지만 저자를 알고 나면 다시 찬찬히 책장을 넘겨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힌 공로로 196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세계적 과학자 제임스 듀이 왓슨(81) 전 하버드대 생물학과 교수, 그가 바로 저자다.

자서전과 자기계발서가 이중나선처럼 결합한 독특한 구조의 이 책은 '위대한 과학의 발견자'라는 찬탄과 '야비한 출세주의자'라는 야유를 동시에 받아온 왓슨이 "어린 시절의 꿈을 현실로 이루는 과정에서 어떤 행동규범들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는지" 후대에 조언하기 위해 2007년에 쓴 책이다. 자신의 생애를 시기별로 나눠 기술한 후, '과학에서 배우는 삶의 교훈'이라는 제목으로 조언의 항목들을 덧붙였다.

이 책에서 묵묵히 진리를 추구하는 연구실의 책벌레를 떠올리면 안 된다. 왓슨의 조언은 거침없이 솔직하고 속물적일 만큼 실질적이다. ▦방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지 마라: 당신의 추론에 드러난 실수를 바로잡아주고 반증할 지식이 있는 친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다 ▦지적 경쟁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라: 유능한 경쟁자들의 존재는 당신이 좇는 목표가 가치있음을 확인해주는 증거다 ▦성공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 세상 사람들은 학문하는 사람의 주된 동기는 돈이 아니라는 허튼소리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당신의 고용주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연봉을 통해서 표현된다.

"▦제발 머리카락 염색을 하거나 콜라겐 주사를 맞지 마라: 쉰 살이 된 사람의 흰머리와 주름살은 신뢰의 증거다 ▦노벨상 시상식에 입을 연미복은 빌리지 말고 사라: 문하생의 수상 축하를 위해 또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같은 유머 넘치는 조언도 등장한다.

DNA 이중나선을 발견한 왓슨의 공로는 런던 킹스칼리지의 X선 회절 사진을 어깨 너머로 훔쳐본 그의 '원죄'로 인해 자주 비도덕적인 것으로 폄훼된다. 또 이 우생학적 생물학자의 입에선 종종 여성ㆍ인종비하적 발언이 튀어나와 설화도 잦았다. 하지만 자서전으로서의 이 책이 부각시키는, 뛰어난 과학행정가로서의 왓슨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를 '자애로운 독재자'라 부르는 그는 타고난 정치력과 추진력, 반권위주의와 예리함으로 40년간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를 이끌었는데, 이 민간연구소를 전세계 과학자들의 허브로 만든 과정도 책에서 자세히 기술했다.

하지만 얄궂어라. 왓슨은 이 책의 출간을 앞두고 가진 영국 선데이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진화 역사가 다른 인종들이 동일한 지능을 가지리라 믿는 건 희망일 뿐이다. 흑인을 고용해본 사람들은 내 말뜻을 알 것이다"라고 발언, 사과문을 발표하고 연구소를 사퇴했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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