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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시골 똥, 서울 똥' 쉼 없이 이어지는 생명 순환의 고리…비밀은 '똥의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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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시골 똥, 서울 똥' 쉼 없이 이어지는 생명 순환의 고리…비밀은 '똥의 발효'

입력
2009.07.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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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환 지음/들녘 발행ㆍ248쪽ㆍ9.000원

"질소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지구는 똥으로 넘쳐나고, 탄소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면 이산화탄소가 늘어나 지구 온난화를 초래한다."(140쪽) "뒷간의 똥오줌을 열심히 모았다가 가을에 곡식을 탈곡하고 생기는 짚을 작두로 한 뼘 만하게 자르고 똥오줌과 잘 섞었지."(132쪽)

김지하의 '똥바다'가 아니다. 시인은 독재정부의 비호 아래 암세포처럼 증식하는 사회악을 똥에 빗댔지만, 순 우리식 순환농법을 실천해온 사람들은 똥이 얼마나 착하고 완벽한 거름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앞의 명제는 <시골 똥, 서울 똥> 의 저자 안철환(48)씨가, 뒤의 말은 영농공동체의 한 수녀가 밝힌 바다.

땀 흘릴 수 없다. 사방 천지에 깔린 에어컨 때문에 도시 사람들은 땀을 앗긴 지 오래다. 정 땀을 흘리고 싶다면 돈 주고 피트니스클럽 같은 데 들어가 기계와 함께 움직이는 수밖에 없다. 도시 아이들의 오줌색이 어른들마냥 샛노랗기 일쑤인 것은 땀으로 노폐물을 배출하지 못 한 까닭이다.

서구화된 도시의 생활방식은 반생명적이다. 귀한 물을 낭비하는 것도 모자라, 결국 바다에 버려 오염원으로 끝나야 하는 똥과 오줌의 운명은 순환의 고리가 끊긴 현대사회의 병폐를 그대로 상징한다. 저자는 "유기농 제품에만 집착하는 웰빙 바람은 세상을 온통 독으로 간주한다는 오만의 소치"라며 "흙_곡식_똥의 순환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가능케 한다"(122쪽)고 말한다. 저자는 순환의 비밀을 '발효'로 본다. 풀을 먹고 싼 똥은 발효를 거쳐 고열을 생성, 유익한 균들을 양산한다는 것이다.

숲을 파괴하는 주범을 시장과 권력으로 보는 데서 책은 하나의 문명론이 된다. 저자는 "유목사회가 농경사회를 침략한 것은 육식 습관으로 비타민, 무기질 등이 결핍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것"(206쪽)이라며 자연을 파괴해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점에서는 현대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안산에서 유기농법의 농장을 꾸리며 도시인들을 위한 주말 농사학교 등을 운영 중인 저자는 사단법인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책은 그의 경험이 낳은 산물이다. 공기를 차단시킨 상태에서 오줌을 삭히거나(혐기 발효), 톱밥 등을 섞고 뒤집어가며 똥을 삭히는(호기 발효) 등의 실제적 과정이 그의 경험과 함께 담겨있다. 도시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음식물찌꺼기가 훌륭한 거름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자연 비법도 공개된다. 안씨는 "밥은 나가서 먹어도 똥은 집에 가서 싼다고 한 조상들의 말은 곧 후손들을 위한 격언이었다"고 말했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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