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릴열도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을 일본 고유의 영토로 처음 명기한 법안이 3일 일본 국회를 통과했다. 현재 이 땅을 실효 지배하고 있는 러시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 참의원은 중의원을 통과한 북방영토문제해결촉진특별조치법 개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 법은 국가의 책무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북방영토의 조기 반환을 실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고 규정해 쿠릴열도 4개 섬을 처음 법적으로 일본 영토로 명기했다.
또 일본 국민과 4개 섬의 러시아 주민이 여권이나 비자 없이 상호 방문하는 교류 사업을 촉진하고 원주민 고령화 대책으로 반환운동 후계자 육성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2010년 4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북방영토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반환 운동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달 11일 법안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하자 "부당한 처사로 용인할 수 없다"며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법안 통과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같은 달 24일에는 러시아 하원이 "러일 평화조약 체결 협상에 대한 기대를 사라지게 했다"며 철회하지 않을 경우 협상에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부터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중 개최되는 러일 회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쿠릴열도 남단 4개섬은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동북쪽의 에토로후(擇捉) 구나시리(國後) 시코탄(色丹) 하보마이(齒舞)이다. 러시아와 일본은 1875년 조약을 통해 이 섬들과 북쿠릴 남단 섬까지 포함해 일본령으로, 공동 관리하던 사할린을 러시아령으로 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은 1905년 러일전쟁 승리 이후 사할린 남부 지역을 쟁취했지만 러시아는 1945년 얄타협정에서 사할린과 쿠릴열도 양도를 보장 받고 이 지역을 종전 직후부터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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