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부재의 국회가 대학생들로부터 토론 문화를 배우게 됐다.
제헌절인 17일 국회에서 열리는 1회 국회의장배 전국대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하는 대학생들이 ‘대화와 토론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점을 보여줄 예정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타협 대신, 말싸움과 폭력으로 얼룩진 국회에서 학생들이 토론 문화 전도사로 나서게 된 셈이다.
이번 대회에는 전국 69개대의 219개팀이 지원했다. 국회라는 상징성 덕분인지 처음 열리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대규모 토론대회로 자리잡게 됐다.
주최 측인 국회는 자문위원단의 서류심사를 거쳐 16일 치러지는 예선대회에 참가할 토론팀을 33개대 48개팀으로 압축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 경희대 부산대 전남대 충남대 등 주요 대학의 토론팀이 고루 참여하므로 ‘대학생 토론왕’이 누구인지 판가름 난다.
대학생들은 예선대회에서 ‘대학 입시제도 자율화’ ‘인터넷 본인확인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등의 이슈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이어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의 사회로 진행되는 결승전에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인 ‘개헌과 권력구조 개편’ 문제가 다뤄진다.
국회 상임위 회의실에서 열리는 토론대회의 룰은 국회 토론 방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두 팀이 기조 발언_양측의 교차조사_1부 자유토론-양측의 교차조사-2부 자유토론-마무리 발언 등 1시간 동안 토론을 벌인 뒤 대학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의 평가에 따라 승패가 가려진다.
이번 대회는 연세대 김주환 교수 등의 제안을 김형오 국회의장이 적극 수용함으로써 이뤄졌다. 국회 관계자는 “김 의장은 국민들의 토론 문화 확산을 위해 대학생 토론대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자문위원을 맡은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학생 때부터 토론 문화를 배워 올바른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야 정치인들도 대학생 토론에서 배우는 게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의원 외에도 한나라당 조윤선, 민주당 강기정 의원 등 여야 의원 41명이 대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한다.
국회는 토론 문화 정착을 위해 이미 개최해 온 ‘어린이 토론대회’와 대학생 토론대회를 매년 한 차례 열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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