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고 장자연씨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가 자신의 '마약 복용' 소문과 관련해 장씨를 폭행하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같은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정작 '접대 강요' 혐의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이 사건의 핵심 내용인 유력인사에 대한 성 접대 의혹 수사는 흐지부지 끝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5일 "김씨에 대해 폭행ㆍ협박ㆍ횡령ㆍ도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강요와 강제추행 혐의는 제외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 19일 소속사 사무실 3층 VIP룸에서 파티를 하다 장씨를 옆 방으로 데려가 "왜 내 프라이버시를 남에게 이야기하느냐"며 페트병과 손바닥으로 폭행했다. 한풍현 분당경찰서장은 "김씨가 말한 '프라이버시'란 마약 복용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올 2월 25일 장씨와 통화를 하면서 "XX년, 내가 약(마약)을 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야"라는 욕설을 하고, 장씨의 지인인 C씨에게는 "내가 장자연과 같이 약(마약)을 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도 보냈다.
경찰은 "연예인의 경우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마약 혐의를 받는 사실만으로도 연예활동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김씨가 장씨를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26일 남자 모델을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체포됐다가 경찰관들이 김씨 차량에서 마약류를 찾기 위해 수색하는 틈을 타 도주한 뒤 12월 2일 일본으로 출국한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해 김씨가 실제로 마약을 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접대 강요 혐의에 대해서는 "김씨가 '장씨 스스로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데다, 짧은 시간 내에 확인하기 힘들어 영장에 넣지 않았다"며 "구속 이후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이 장씨 사건이 불거진 3월 이후 김씨를 제외한 장씨 주변인을 모두 조사, 접대 강요 여부를 수사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찰이 강요 혐의 입증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핵심 의혹이 영장 혐의에서 제외됨에 따라 6일 오전 10시30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리는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