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4일 동해상에 단거리미사일 7발을 발사한 것은 제 갈 길을 가겠다는 각오를 거듭 천명한 것이다. 이날 시험 발사한 스커드 개량형과 노동미사일은 일본주둔 미군과 한국을 겨냥한 무기다. 북한이 노상 떠드는 '침략에 맞선 자위적 공격력'을 새삼 과시한 셈이다. 정확성이 낮은 미사일 성능을 개선하는 실질적 목적도 있을 것이다. 북의 의도를 냉정하게 헤아려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우리 군과 정부가 미사일을 빈틈없이 추적, 성능 중심으로 평가한 것은 바람직하다. 7발 가운데 5발이 450㎞ 거리에 지정한 항해금지구역 안에 집중적으로 떨어져 과거보다 정확성이 향상됐다는 분석이다. 또 3발은 속도가 빨라 최대사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 사거리를 줄여 발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늘 과장되게 위협하는 것과는 달리, 일본 열도 근처에 미사일을 쏘아 위기를 부추길 뜻은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어느 때보다 많은 미사일을 하루에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정면 도전하는 행위이다. 일본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이 도발을 강하게 비난한 까닭이다. 그러나 미국이 아무런 논평 없이 무시하는 태도를 보인 것은 주목된다. 더러 관심 끌기에 응하지 않으려는 뜻으로 보지만, 그보다는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일일이 대응해 핵 문제가 중심인 북한과의 전략적 게임의 초점을 흐리지 않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미국은 예상보다 단호하게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무기 수출과 해외금융 봉쇄 등 돈줄 죄기가 핵심이다. 과거에도 미국은 북한처럼 이미 핵을 지닌 나라에 대해서는 경제 제재와 확산 방지에 주력했다. 오바마 행정부도 같은 노선을 가고 있다. 이에 비춰 안보 위기와 군사 대비태세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북미 협상에서 소외될 것을 지레 걱정하며 정부 비판에 매달리는 것도 맹목적이다.
북한은 상당기간 제 갈 길을 갈 것이고, 미국도 압박에 힘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의연하고 차분하게 대세의 변화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