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배가 고프다(I Am Still Hungry)."
중국의 석유회사들이 허기 진 배를 채우기 위해 중앙아시아, 아프리카는 물론 멀리 남미까지 건너가 글로벌 석유자원 사냥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석유천연가스(CNPC)와 중국석유화공(SINOPEC) 등 중국의 대표적인 석유회사들이 중국 사상 최고의 인수합병(M&A) 금액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올 상반기에만 한달 평균 한건의 해외 에너지업체 인수에 성공하고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동원, 국제유가가 하락한 틈을 타 2009년을 에너지안보 강화의 원년(元年)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포석인 셈이다.
5일 중국 금융시보(金融時報)에 따르면 중국 CNPC는 3일 이라크 최대 규모의 유전인 루마일라 유전 개발권을 획득한 뒤 곧장 남미로 눈을 돌려 스페인 석유회사 렙솔이 보유한 아르헨티나 최대 석유업체 YPF의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CNCP는 렙솔이 보유한 YPF 지분 84% 가운데 75%를 17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5일 공식 표명했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로 기록될 전망이다. YPF는 아르헨티나 석유 생산량의 3분의 1, 천연가스 생산량의 4분의 1을 각각 점유하고 있다.
SINOPEC는 지난달 25일 이라크 쿠르드 지역에서 4,250만배럴의 유전 지배권을 획득한데 이어 서아프리카에서 유전을 개발 중인 스위스 석유기업 아닥스사를 72억달러에 인수했다. 이에 따라 중국 석유회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6건의 해외인수합병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총 8건을 성사시켰다.
전문가들은 중국 석유회사들이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넘어 남미 등으로 자원 사냥에 나서는 것은 미국, 러시아 등 강대국의 견제와 치열한 경쟁을 피하기 위한 중국식 과이완모차오(拐蠻抹角ㆍ빙빙 돌아 정곡을 찌르는 전략)라고 분석했다.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가 2005년 미국 정유회사 유노칼을 185억달러에 인수하려다 미 정부의 반발로 포기한 것을 계기로 규제와 경쟁이 덜한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영컨설팅업체인 맥킨지의 프레이저 맥케이 컨설턴트는 "중국 기업이 과도한 기업규제와 수출관세로 수익성이 낮다고 보는 남미시장에까지 진출하는 것은 기회만 주워진다면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라며 "풍부한 자금력이 뒷받침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린바이창(林伯强) 중국 에너지경제연구센터 주임은"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와 해외기업의 주가가 고점에 대비해 크게 낮아져 해외 인수합병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둥슈청(董秀成) 중국 석유대학 공상관리학원 부원장은 "중국 기업의 해외 석유회사 인수가 국가 에너지안전을 보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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