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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다! 깊은 맛 르네상스…고유의 향·맛 살린 제품들 매출 상승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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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다! 깊은 맛 르네상스…고유의 향·맛 살린 제품들 매출 상승세

입력
2009.07.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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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홍보실에 근무하는 이모(27ㆍ여)씨는 요즘 블랙커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곁들인 이른바 '다방커피'를 즐겼던 이씨는 "특히 커피 원액을 추출해서 마시는 에스프레소의 깊은 향과 맛이 너무 좋아 아예 에스프레소 추출기를 구입할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이 깊은 맛의 바다에 빠져들고 있다. 커피 원두 본연의 맛과 향기를 위해 설탕과 프림을 배제하거나, 십수년 간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의 참 맛을 느끼기 위해 폭탄주를 거부하는 식도락가들이 증가하고 있다.

3일 커피 업계에 따르면 달고 부드러운 커피 대신, 풍부한 원두향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는 블랙커피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커피의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커피 취향이 고급화한 것이다. 실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의 지난달 커피크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5%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원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졌다.

던킨도너츠는 4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브랜드로는 최초로 원두 로스팅 공장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커피를 볶은 지 15~30일 가량 된 원두를 내놓는 여타 업체와는 달리, 볶은 지 일주일이 안된 원두로 승부를 걸고 있다. 그 결과 설탕을 섞지 않은 블랙커피 아메리카노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30%에서 지난달 50%로 늘었다.

한국네슬레의 '아이스 블랙', 매일유업의 '카페라떼 아이스블랙', 동서식품의 '맥심솔루블커피' 등도 고급 원두를 사용하거나, 커피향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추출 방식을 도입한 제품이다.

폭탄주의 대명사인 위스키 시장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위스키 매출은 전년 대비 9.5% 감소하는 등 사상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반면 올해 들어 싱글몰트 위스키 시장은 지난해 동기 대비 50.6%나 성장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싱글몰트 위스키 제조업체 맥캘란은 세계적으로 1,000병밖에 생산되지 않은 '맥캘란 리미티드 에디션 랜킨' 30병을 들여와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등 인지도 높이기에 적극 나섰다. 맥캘란 관계자는 "발렌타인, 로얄샬루트 등 블렌드 위스키는 여러 종류의 위스키를 섞어서 부드러운 맛을 내기 때문에 폭탄주로 애용돼 왔다"며 "반면 싱글몰트 위스키는 맥아에 이탄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향이 강해 위스키 본연의 맛을 간직하고 있어, 마니아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추장 시장에는 매운맛 바람이 불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기존 고추장의 단맛을 대폭 줄인 대신, 칼칼하고 매운 맛을 강화한 '청정원 순창 달지않은 칼칼한 고추장'을 출시했다. 대상 관계자는 "포장 고추장의 경우 집에서 직접 담그는 고추장에 비해 매운맛이 덜해, 탕이나 찌개에 넣어도 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주부들의 불만이 많았다"며 "된장, 간장 등 전통음식도 고유의 맛을 찾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외식 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맞춰 매운맛을 강화한 메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스파이시 썸머 한정메뉴'를 내놓았고, 오므토 토마토는 중화소스인 '스파이시 소스 오므라이스'로 매콤한 맛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공략하고 있다. 또 빕스는 핫타이누들 샐러드를 선보였고, 피자헛은 매콤한 맛의 소스를 듬뿍 넣은 '더블 치킨 피자'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졌지만, 불황의 지속으로 지갑이 얇아지자 하나를 사먹어도 제대로 된 먹거리를 고르겠다는 성향이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창만 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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