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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실패에서 시작된 우주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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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실패에서 시작된 우주개발

입력
2009.07.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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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맑을 때,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눈부실 정도로 푸르다. 저 푸른 하늘 너머에 무한한 우주공간이 펼쳐져 있을 것을 생각하면 언제나 가슴이 뛴다. 이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우주를 향해 힘차게 도약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발사 예정일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성공했을 때의 환호보다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의 실망감을 어떻게 추스를 것인지에 더 많은 생각이 미친다. 우리보다 먼저 우주로 향한 선진 우주국가들의 숱한 실패 사례를 떠올려보면 더욱 그렇다.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한 지 두 달 후, 미국은 상처 받은 자존심을 만회하기 위해 뱅가드 로켓을 쏘아 올린다. 그러나 뱅가드는 발사 2초 만에 1단 로켓이 발사대에 주저앉으면서 폭발하고 말았다. 이렇게 최초 로켓 발사에 실패한 나라는 미국만이 아니다.

일본 역시 1966년부터 위성 발사를 시도했지만 거듭 실패를 겪은 끝에 1970년 2월 다섯 번째 발사에서 마침내 24kg의 오수미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았다.

영국은 상황이 더 좋지 않았다. 우주개발 초기에 로켓 발사가 계속 실패하자 정부가 아예 발사계획 자체를 취소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러나 우주 개발자들의 열정이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마지막 기회로 주어진 발사 시도에서 블랙 애로우 로켓을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리는데 성공했다. 만일 이 마지막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면 영국은 세계 여섯 번째 위성 자력발사 국가라는 타이틀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어야 했을 것이다.

우주기술은 99.999%의 절대적인 신뢰도를 요구하는 기술이다. 한 치의 오차만 있어도 곧바로 실패로 이어진다. 기술적 결함 외에도 발사 당일의 기상 변화와 사람의 실수 등 실패 요인은 수없이 많다. 이 때문에 로켓 발사에 처음부터 성공할 확률은 27.3%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가 우주강국이라고 부르는 나라들은 모두 이런 실패 과정을 거쳐 왔다. 실패를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고 새로이 출발할 수 있도록 등을 토닥여 주는 관대하고 성숙한 문화가 있었기에 실패한 국가로 남지 않고 우주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우주 선진국들 보다 30~40년 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6월 나로우주센터를 준공해 세계에서 13번째로 우주 발사장을 보유한 나라가 되었다. 7월 말에는 국내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발사를 앞두고 있다.

나로호 발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든 연구원과 기술진들은 휴일도 반납한 채 지금 이 순간에도 발사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번 발사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의 우주기술에 대한 자긍심과 국가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그러나 설사 실패한다 해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력과 연구 역량, 그리고 실패의 경험조차 앞으로의 우주개발에 값진 자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주는 아직 인류에게 멀고 도달하기 어려운 곳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가치 있는 모든 것에는 실패의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왔다. 우주강국이 되는 길, 그것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에 있다.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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