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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왜 안돌지? 5490만장 발행 불구 시민들은 "구경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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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왜 안돌지? 5490만장 발행 불구 시민들은 "구경하기 힘들어요"

입력
2009.07.0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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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주 밖에 안 지났다지만 36년 만에 등장한 '물건' 치고는 출발이 영 미지근하다. 벌써 국민 1인당 1장 이상이 풀렸지만 좀처럼 눈에는 띄지 않는 5만원권 얘기다. 이러다 자칫 지갑 속 '기념지폐'가 되는 것 아니냐는, 심상찮은 농담도 나온다. 5만원권은 왜, 어디에 숨어있는 걸까.

5,500만장은 어디로

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발행 이후 지난 3일까지 한은이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에 공급한 5만원권은 액수로 2조7,454억원, 장수로는 5,490만장에 이른다. 올해 인구(4,875만명)로 보면 1인당 1장 이상이 풀린 셈이다.

그런데 정작 실생활에서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원 유모(36)씨는 "나온 지 2주나 지났는데 아직 실물을 본 적이 없다"며 "주변에도 나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현금 거래공간인 유통가에서도 마찬가지. A백화점의 한 지점에는 지금까지 9,000만원의 현금 결제액 가운데 고작 2.8%(250만원)만이 5만원권으로 결제됐다.

한은 관계자는 "발행 초기에는 보관용 수요가 많아 아직 대다수 개인과 기업들이 5만원권을 가지고만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적어도 5,000원권 유통규모(약 2억장) 이상은 풀려야 실제 유통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지노ㆍ경마장에만 몰린다?

5만원권의 최대 기대효과는 기존 1만원권과 10만원 자기앞수표의 대체 효과. 국민 1인당 세계 최고수준(약 80장)인 지폐발행 규모에 따른 비용을 줄여보자는 바람이 컸다.

일단 1만원권에는 변화가 보인다. 발행 이후 5만원권 비중(잔액기준)은 3일 현재 9%까지 늘었고, 92%에 이르던 1만원권 비중은 83%대까지 내려왔다. 한은은 "지난주 일평균 600억원 이상의 1만원권이 한은에 회수됐다"며 "1만원권 대체속도는 예측했던 범위 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표는 아직 기대 이하다. 5만원권 발행 이후 8영업일간 10만원 자기앞수표 발행 규모를 1달전과 비교한 결과, 농협은 오히려 발행량이 7만2,000장 늘었다. 실제 최근 시중은행권에서는 "10만원 수표의 평균 유통기간(15일)중 단기자금 운용수익이 5만원권 때문에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은은 "수표의 경우, 자금운용 수익보다 발행비용이 더 크다"며 "각 은행마다 사전 제조량을 소진해야 하는 등 사정이 있어 최소 1달 이상은 지켜봐야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역기능은 벌써부터 슬슬 고개를 내밀고 있다. 실제 유통되지는 않았지만 발행 직후 위조 시도가 적발되면서 실제 사용에도 상당한 억제작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백화점 관계자는 "위조시도가 알려지면서 계산 직원들이 일일이 관리자들에게 5만원권을 들고 와 확인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전했다.

뇌물이나 검은돈까지는 아니지만 5만원권은 경마장이나 카지노에서 인기다. 강원랜드 내 신한은행 사북지점은 지금까지 본점 영업부(9억원)보다 5배 이상 많은 50억원 어치 5만원권을 고객들에게 공급했고 농협 마사회지점에도 지난주 창구에 들어온 지폐 50억원 가운데 5만원권이 2억원에 달했다. 신용카드 사용이 제한되는 지역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선거철이 되면 5만원권 사용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직 판단은 이르다?

이처럼 5만원권의 체감도가 미약한 데 대해 한은 관계자는 "아직 판단은 이르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조사 결과, 연말까지 20조원의 5만원권 수요가 예상되는데 겨우 2조원대 공급 시점에서 효과를 말하기는 성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미지근한 반응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36년전 고액권 발행 당시보다 훨씬 커진 물가와 경제규모 등은 감안했지만 신용카드라는 막강한 대체 결제수단을 너무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회사원 최모(32)씨는 "소비자 입장에서 수만원대 상품은 주로 카드를 쓰게 되는데다 5만원권을 내고 거스름돈을 요구하기도 미안할 때가 많다"며 "물가가 크게 뛰기 전까지는 인기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카드 사용확대와 별개로 현금수요는 매년 5%씩 늘어나는 등 현금은 별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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