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에서 마운드의 '전설'을 얘기할 때 꼭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선동열(삼성 감독)과 최동원(51)이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1983년 롯데에서 데뷔, 이듬해 27승(13패6세이브 평균자책점 2.40)을 올리며 마운드를 평정한 최동원. 그는 1990년(삼성)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완투만 80차례, 완봉 15차례를 기록한 대표 '철완'이었다.
8시즌 통산 성적은 103승74패26세이브 평균자책점 2.46. 또 데뷔 이듬해인 84년 기록한 탈삼진 223개가 아직도 한 시즌 최다 탈삼진 기록으로 남아있는 만큼 '닥터 K' 타이틀도 그의 몫이다.
역사가 기억하는 대투수 최동원이 21년 만에 '친정' 롯데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 올랐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경기감독관으로 활동 중인 최동원이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SK전에 시구자로 나선 것이다. 최동원은 2004년 부산에서 펼쳐진 올스타전서 공을 던진 적이 있지만 그땐 정장 차림이었다.
데뷔 후 6년을 보낸 고향팀 유니폼을 입기는 88년 이후 21년 만. 최동원은 당시 선수협회 설립에 앞장서다 구단에 미운 털이 박혀, 결국 4대3 트레이드에 휘말려 삼성 유니폼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추억 속 최동원이 이름과 배번 11번이 박힌 당시의 롯데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자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전성기때 150km를 쉼없이 뿌리며 타자들을 압도하던 강속구는 아니었지만 여전한 그의 시원시원한 투구폼에서 뿜어 나오는 직구는 올드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도 남았다.
최동원은 "한마디로 가슴 뭉클한 광경이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최동원을 잊지 않고 박수를 보내주시는 분들 덕에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친정팀 유니폼을 다시 입기 전까지 밤잠도 설치는 등 긴장을 많이 했다"는 최동원은 "막상 마운드에 오르니 84년 우승 장면이 뇌리에 스치더라"며 추억에 잠겼다. 롯데는 84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꺾고 정상에 올랐는데, 최동원이 혼자서 4승을 거두는 괴력을 선보였다. 1, 3, 5, 7차전에선 완투로 3승(1패)을 올렸고 6차전에선 구원승을 따냈다.
여전히 들끓는 인기를 확인한 만큼 고향팀에서 지휘봉을 잡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터. 지난해 한화 2군 감독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 최동원은 "내가 가고 싶다고 해서 결정되는 일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자신감은 넘쳐 난다. "다 때가 있는 법이겠죠. 애정 깊은 고향팀에서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늘 준비는 하고 있습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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