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원자력의 평화 이용과 핵 불확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델 국가다. 그 경험을 살려 세계에 기여해 나가고 싶다."
2일 원자력의 평화적인 이용을 촉진하고 군사 전용을 감시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새 사무총장에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ㆍ62ㆍ사진) 빈 국제기구 일본정부대표부 대사가 뽑혔다. 11월 임기 만료하는 엘 바라데이(이집트) 사무총장 후임이다. 미국의 제안으로 1957년 출범한 IAEA 대표가 아시아권에서 나오기는 처음이다.
아마노 대사는 당초 3월 선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압둘 사마드 민티 IAEA 대사와 접전을 벌였으나 당선에 필요한 35개 이사국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지 못했다. 이번에는 후보 3명 중 1차 투표에서 다수 득표한 아마노 대사와 민티 대사를 놓고 2차 신임투표가 진행돼 아마노 대사가 당선 라인을 간신히 넘는 23표를 얻었다.
IAEA는 원자력 기술을 가진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개발도상국의 이해가 대립하는 무대다. 이번 선거 역시 IAEA의 탈정치화나 이란 핵문제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 등을 강조한 아마노 대사는 미국 등 서구 선진국의 지지를, 남아공 민티 대사는 개도국의 지원을 받는 구도였다.
실제로 6월 IAEA 정례이사회에서는 IAEA가 원자력 발전용 저농축 우라늄을 저장하는 '핵연료은행' 계획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얻지 못했다. 선진국은 핵기술 확산을 최소화하는 효과를 노렸지만 개도국은 평화적 이용 권리가 제한된다고 반대했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역시 즉시 정지를 요구하는 선진국과 평화적인 개발에 이해를 표시하는 개도국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묘수를 찾지 못하는 북한 핵개발 대응도 현안이다.
노벨상을 바라보며 도쿄(東京)대 이과에 진학했다가 일찍 꿈을 접고 재시험을 거쳐 도쿄대 법대를 졸업한 아마노 대사는 외무성에서 군축 전문가로 경력을 쌓았다. 세계 유일의 피폭 국가인 일본의 IAEA 새 총장이 산적한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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