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혀있는 비정규직법 문제를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4일 만나 해법을 찾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1일 한나라당의 환노위 기습상정 시도로 급속히 얼어붙었던 여야 대화채널에 숨통이 트인 것. 다만 유예기간에 대한 시각차가 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일단 조짐은 긍정적이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3일 "법 시행을 6개월 유예하고 정규직 전환 예산을 편성하자는 입장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일 법 시행 이후 "유예는 가당찮은 소리"라며 유예논의 자체를 거부하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한나라당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어제 저쪽과 많은 얘기를 했고 어느 정도 이해를 절충한 부분도 있다"며 물밑 협상이 상당부분 진척됐음을 내비쳤다. 수백만 비정규직을 볼모로 정치권이 '폭탄 돌리기'를 한다는 여론의 거센 비판도 여야 합의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실제 여야는 그간 5인 연석회의를 통해 ▦차별시정 제척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고 ▦차별시정 요청권자를 본인에서 노조로 확대하고 ▦전환지원금을 1조원까지 늘리고 ▦특수고용직 인정문제를 연말까지 논의키로 하는 등 여러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접근한 상태다.
하지만 유예기간에 대한 현격한 이견이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여야 모두 상대를 설득하는 논리가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1년6개월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지만 '근본적 대책'을 강조할 뿐 기간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이와 관련, 당의 한 핵심관계자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비정규직법 같은 민감한 이슈를 다룰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지방선거를 치른 뒤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바꿔 말하면 굳이 유예기간을 1년6개월까지 늘릴 필요가 없는 셈이다.
반면 민주당은 유예기간이 6개월을 넘겨 내년까지 갈 경우 가뜩이나 유예에 부정적인 노동계의 반발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회 환노위 관계자는 "여야의 입장을 고려하면 유예기간을 6개월과 1년6개월 사이에서 타협하는 산술적인 계산으로는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 시행 후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추경예산에 편성한 1,185억원을 서둘러 써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관련법 통과를 위한 상임위 개최는 망설이고 있다.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협상을 먼저 타결해야 협조할 것"이라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1년6개월 유예기간을 거부하면서도 비정규직 지원금 문제부터 매듭지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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