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 중 단행되는 청와대 인적 쇄신의 핵심은 대변인실과 홍보기획관실의 통합을 포함한 업무 영역 조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정부 홍보를 강조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수술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도 두 기관의 조정 문제는 매번 인사 때마다 제기됐다. 업무가 중첩되거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으니 홍보수석 체제로 통합하면서 대변인을 하위 직제로 개편하자는 방안이 골자다. 이전 정권에서도 홍보수석과 대변인은 상황에 따라 통합과 분리가 반복됐었다.
당사자인 대변인실과 홍보실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즉답은 피하면서도 통합의 필요성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양측 모두 두 기관의 통합 시 자기 측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아전인수식 해석을 하고 있다. 양측의 '이상동몽(異床同夢ㆍ다른 자리에서의 같은 꿈)'인 셈이다.
대변인실은 현 정부의 집권 2기를 역동적으로 펼치려면 무엇보다 대언론 업무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업무를 맡아 오던 곳이 홍보 분야까지 통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내 놓고 있다. 이동관 대변인이 홍보수석으로 가면서 대변인은 비서관급에서 시키면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반면 홍보기획관실은 업무의 전문성과 계속성의 관점에서 홍보라인을 확대 개편하면서 대변인실을 흡수ㆍ통합해야 한다는 쪽이다. 정부가 새 출발한다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변인 교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새 사람을 기용하거나 박 기획관이 대변인을 겸임하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이런 상황이니 양측의 물밑 신경전도 상당하다. 관련 언론 보도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홍보기획관실에서는 최근 이런 문제와 관련해 언론 측의 보도 자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대변인실에 전달하기도 했다.
전체적 기능조정의 열쇠는 대통령이 갖고 있어, 유럽 순방 이후인 이 달 중순 이후 해법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두 기관의 통합 이외의 대안으로는 양 체제를 유지하되 일부 기능이 중복되는 분야만 조정하는 업무 재배치안,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홍보라인만 강화하는 단순보강론도 나온다.
여기엔 이 대통령이 이 대변인과 박 기획관에 대한 신임도가 높기 때문에 양쪽 모두 활용하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유지가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공신이자 측근인 두 참모들을 계속 곁에 두며 경쟁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와 관련, 한 인사는 이 대통령의 인사습성과 관련한 재미 있는 이야기를 던졌다. 그는 "이 대통령은 업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인사는 딱히 질책하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내치고, 자신이 중용하려는 인사는 오히려 업무와 관련해 면박을 준다"고 말했다.
최근 이 대통령은 박 기획관을 공개석상에서 나무란 적이 있고, 이 대변인에게는 큰 질책보다 작은 지적들이 종종 있어 왔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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