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리언 울프 지음ㆍ이희수 옮김/살림 발행ㆍ378쪽ㆍ1만4,000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독서 능력이 부족해 옆에서 글 읽어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다. 토머스 에디슨은 유년기에 글을 거의 못 읽었다. 아인슈타인은 단어와 텍스트를 기억하는 능력이 형편없었다. '독서 장애' 또는 '학습 장애'를 겪은 것으로 보이는 그들은 엄밀히 말해 모두 '난독증(dyslexia)' 환자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동시에 우수한 창의력과 혁명적 사고방식의 주인공이었다. 둘의 연관은 수수께끼다.
미국의 인지신경공학ㆍ아동발달학 교수인 매리언 울프가 쓴 이 책은 최신 뇌과학 이론에다 역사적ㆍ임상적 사례의 도움으로 '독서 행위'의 본질을 파헤친다. 독서란 인간만의 능력인 듯하지만 진화의 관점에서 봤을 때 뇌가 독서를 하도록 프로그램돼 있지는 않다. 극단적 예가 바로 난독증이다.
1870년 '어맹증'이라고 첫 보고된 이 증상은 생활에서 특정 단어만 착각하는 등의 비정상적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최근 뇌과학에서 '부정확한 기억이나 인식을 보완하기 위해 뇌가 사용하는 전략의 결과'라고 밝혀지면서 또 다른 관심을 끌게 됐다. 즉 뇌가 스스로를 재편성, 또 다른 기억 회로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이해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우리 시대가 뇌에 잠재된 무한한 능력을 무시한다고 경고한다. 웹 서핑으로 변질돼 버린 우리 시대의 독서 행위는 단편적 정보의 습득에 지나지 않으며, 거기에는 뇌를 재편성하는 데 결정적인 '사색의 과정'이 누락돼 있다는 우려다.
이 책은 2007년 미국에서 논픽션 부문 최고상 등을 수상, 아동발달학과 인지학 분야의 지평을 넓힌 것으로 평가됐다. 저자는 난독증의 아이들을 둔 어머니이기도 하다. 그녀는 "매일같이 생생한 일화와 함께 그들의 엄마이자 선생님인 내가 이 책을 써야 하는 이유를 이야기해주었다"며 "아이들은 내 인생 최고의 등불"이라고 말미에 밝혔다.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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