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격동 아라리오갤러리에는 젊은 조각가 김재환(35)씨의 나무 조각들이 받침대도 없이 바닥에 드문드문 놓여져있다. 천장에도 그저 일상적인 형광등 조명이 달려있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나무를 주재료로 하되 철판, 유리, 석고, 스폰지 등 일상적인 소재들이 더해진 인체 조각들이다. 쌀자루 위에 턱하니 올라앉은 조각에는 팔 다리도 없고, 주위에는 쇳조각이 무심하게 떨어져 있다. 쓰다 버린 재료를 조합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은 사실 작가가 최대한 자신의 개입 흔적이 남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가공한 것들이다.
2년 전 대안공간에서 열었던 개인전에서 김씨는 나무로 말끔히 제작된 인형을 내놓았다. 몸통 내부에 톱니바퀴와 도르래가 달려있는 사이보그 같은 인형들이었다. 그러나 2년 동안 그의 조각들은 형태를 거의 잃었다. 가장 최근작의 경우 사람의 얼굴마저 사라지고 나무와 고무, 쇠 등 사물의 조합만 남았다.
그는 "문득 내가 깎아놓은 나무와 원래 있던 나무토막은 공간에 놓이는 방식이 다를 뿐 그 본질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물질과 공간의 관계를 계속 고민하다보니 형태는 점점 사라지고 물질만 남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의 구상 과정을 보여주는 드로잉도 함께 전시됐다. 8월 18일까지. (02)723-6190
김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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