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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장애인복지관 내 '쿠키 트리' 사업장/ "장애 딛고 사랑 반죽한 쿠키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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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장애인복지관 내 '쿠키 트리' 사업장/ "장애 딛고 사랑 반죽한 쿠키 드세요"

입력
2009.07.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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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채워주는 쿠키, 맛을 책임지는 쿠키, 건강을 챙기는 쿠키.'

지난달 19일 경기 용인시 장애인종합복지관 안에 문을 연 '쿠키 트리'(Cookie-Tree)의 모토다. 어른 키 높이의 나무를 그리고 쿠키를 주렁주렁 매달아놓은 입구 장식에도 명토 박듯 적어놓았다. 복지관 옆 허름한 가건물에 과자 굽는 기계와 각종 장비를 들여 꾸민 '과자 공장'에 들어서자, 달콤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질이며 입맛을 자극했다.

쿠키 트리는 복지관이 한국장애인개발원 등에서 2억8,000여 만원을 지원 받아 만든 중증 장애인을 위한 직업재활 사업장이다. 시험가동을 거쳐 지적 장애인 9명을 정식 직원으로 채용했고, 최근 장기실업자 노인 등 보조 직원 5명을 추가로 뽑았다.

'사회적 기업'을 지향하는 쿠키 트리는 순수 우리 밀과 우리 우유로 만든 버터, 계란을 써 '맛'은 물론 '뜻'도 좋은 과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곳 직원들은 탈의실에서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뒤 '청결 코너'에서 손을 씻고 살균 과정까지 거친다. '손맛'을 내기 위해 비닐 장갑을 쓰지 않는 대신 청결을 각별히 강조한다. 옷에 묻은 미세 먼지까지 털어내기 위해 '에어 샤워기'도 10초간 거쳐야 한다.

첫 공정은 반죽. 과자 맛은 반죽이 좌우하기 때문에 가장 공을 들이는 단계다. 직원 김정아(20ㆍ가명)씨는 "처음에는 재료들의 양을 정확히 섞어 반죽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이제는 맛있는 반죽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기쁘다"며 자랑스레 말했다.

과자 모양 만들기는 섬세한 손길이 필요해 장애인들이 가장 어려워 하는 공정이다. 반죽을 성형기에 담아 조금씩 짜내면서 모양을 내는 손길이 아직은 서툴다. 모양은 삐뚤빼뚤 했지만, '기계로 찍어내듯' 만든 것보다 자연스러운 것이 오히려 색다르게 보였다.

현재 쿠키 트리에서 만드는 과자는 아몬드와 초코칩을 섞은 쿠키와 팥앙금을 넣은 달콤한 '만주', 코코넛과 깨를 넣은 고소한 '튀일' 등 세 종류다. 과자를 담은 상자에 리본을 매는 것으로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다.

포장 작업을 맡은 심희연(21ㆍ가명)씨는 "과자 만드는 일이 무척 재미있고 보람 있다"면서 "우리 모두 열심히 만든 과자가 많이 팔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의 땀과 정성이 담긴 과자는 용인시 초ㆍ중ㆍ고교에 고루 나눠졌다. 지금은 브랜드를 알리는 홍보 기간인데, 곧 일반인들을 상대로 인터넷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가격은 아직 미정인데 많은 사람들이 맛볼 수 있게 저렴하게 팔 계획이라고 한다.

직원들은 각자의 능력과 적성, 희망에 따라 일을 나눠 맡았다. 월급은 80만원 가량으로 그리 많지 않지만, 장애인들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보람과 행복을 얻어가고 있다.

제조 공정을 총감독하는 나도철(31) 직업훈련교사는 "장애인들에게 '떳떳하게 일 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좋은 기회"라며 "다양한 쿠키를 개발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쿠키 트리의 착하고 맛있는 쿠키를 맛보고 싶다면, 용인시 장애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www.heart4u.or.kr)를 이용하거나 전화(031-320-4800)로 주문하면 된다.

글·사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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