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건 근사한 풍경이나 이국적 풍물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었어요. 그 사람들을 통해 제가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요."
도보여행가 김남희(39)씨가 에세이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웅진지식하우스 발행)를 펴냈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006)으로 '산티아고 도보순례' 돌풍을 일으켰던 그가, 풍경 찾아 떠났다가 사람 찾아 돌아온 여행 이야기다. 6년 간 길 위를 돌아다니며 만난 사람들, 그 어여쁜 인연들이 그의 삶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를 따뜻하고 촉촉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소심하고> 외로움이>
지난번 책에서 유럽의 도보순례길로 우리를 홀린 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의 여행기에선 흔히 '제3세계'라고 부르는 외진 공간들이 무대가 됐다.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건 가진 게 많을수록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 것처럼 없는 사람이 가난을 더 잘 이해하고 베푸는 것 같거든요."
책에는 그가 지구 구석구석을 걸어다니며 만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프리카 여행 중 사라진 남편으로 인해 삶에서 습기가 가신 적이 없었던 벨기에 여인 렌,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이제 와서 왜 만나야 하느냐고 울먹이던 북유럽의 입양아 선미, 종교박해를 피해 망명길에 오른 이란 여성 모즈간과 마리얌, 네가르, 모체에서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태어난 남아공의 소년 키아…. 그들과 만나 서로가 서로의 외로운 마음을 따스하게 데웠던 기억은 김씨가 혼자서 외로이 지구 위를 여행할 때 두고두고 위로의 온기를 전했다.
김씨는 인도에서 만난 한국 여성 뻬마와 티베트 남성 잠양, 두 젊은 부부를 자신이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람들로 꼽았다. 티베트 노인과 여성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땀 흘려 일하며 한푼 한푼 모으는 그들을 위해 김씨도 책의 인세와 작은음악회 개최를 통해 모은 성금을 보탰다. 그들은 그 돈을 씨알로 노점상 부부들을 위한 무료 탁아소를 열었다.
최근 은행에서 펀드 담보 마이너스 대출 상담을 받다가 자신을 알아본 옆자리 직원한테서 사인 요청을 받는 당황스런 일도 겪었다는 김씨는 일본 홋카이도를 여행하기 위해 3일 또 홀로 길을 떠났다. "여행처럼 저를 고양시키는 건 없어요.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길 위에서 배웠으니까요."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