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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세돌 "팬·스폰서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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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이세돌 "팬·스폰서 여러분께 심려 끼쳐 죄송"

입력
2009.07.0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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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 랭킹 1위 이세돌이 이 달부터 휴직에 들어가 앞으로 1년 6개월동안 명인전을 비롯한 국내외 공식 기전에 일체 출전하지 않는다.

표면적인 휴직 사유는 "심신이 피로하다"는 것이지만 올해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한 것을 비롯, '그동안 여러 가지로 바둑계 발전에 해가 되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한국기원 기사회가 '징계 건의'를 결의하는 등 최근 기원 주변에서 자신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데 대한 반발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세돌은 지난 달 30일 기자 회견을 갖고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먼저 휴직 사유에 대해 "뚜렷한 죄목도 없이 '이세돌이 여러 가지로 잘못이 많으니 반드시 징계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원 주변의 의견이 모아지고 결국 이 문제가 기사 총회에 정식 안건으로 회부되는 등 저에 대한 일련의 징계 움직임 자체가 제게는 큰 충격이었고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이런 상태에서는 한국에서 계속 바둑을 두기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잘 잘못을 떠나 그동안 저를 아껴주신 팬들과 바둑계를 후원하는 스폰서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스럽다"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게 이세돌은 "앞으로 보다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 오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이세돌 징계론'의 직접적인 사유가 된 한국바둑리그 불참에 대해서는 "체력 문제 등으로 프로기사가 모든 기전에 다 참가할 수는 없으나 바둑리그의 경우 워낙 스케줄이 빡빡해 피로누적과 컨디션 난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 "그보다는 체력을 아끼고 컨디션을 조절, 세계 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국위 선양과 한국 바둑 발전에도 더 기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그러나 휴직 중에도 중국리그에는 계속 출전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세돌은 "한국바둑리그는 여러가지 면에서 국내 상위 랭커들에게 큰 매력이 없는 게 사실"이라며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좀더 인정하고 대우해 주는 곳에서 뛰고 싶지 않겠는가"하고 말했다.

비단 대국료 차이 뿐 아니라 한국바둑리그는 초속기인데다 오더제여서 약한 상대와 두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중국리그는 각팀 주장끼리만 두므로 대국 상대가 구리 창하오 콩지에 등 정상급 기사들인데다 대국 시간도 2시간30분으로 세계대회와 비슷해 국제기전에 대비한 실전 훈련 효과가 매우 높다는 것.

이세돌은 지난 2년여 동안 중국리그에서 각팀 주장을 상대로 18전 전승을 기록했다.

이세돌은 자신의 '비협조 행위' 가운데 가장 큰 것으로 꼽히는 바둑판 사인 거부와 시상식 등 기전 부대행사 불참 등에 관해서도 해명했다. "나도 평소 팬들에게 일반적으로 하는 사인은 잘 하는 편이다.

그러나 프로기사가 바둑판에 사인(혹은 서명)하는 건 메모지에 볼펜으로 간단히 사인하는 것과는 다른 좀더 깊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탁하는 쪽에서도 좀더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상식 불참에 대해서는 "그동안 딱 두 번 시상식에 나가지 못했다. 한 번은 몸살이 심해서 어쩔 수 없었고 또 한 번은,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전날 너무 피로했는지 깜빡 늦잠을 잤다. 그동안 구차한 변명같아 입다물고 있었는데 이 자리를 빌어 늦게나마 팬들과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또 "휴직 기간을 일단 1년 6개월로 정했지만 사실 기간은 별로 중요치 않으며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추스러지느냐에 따라 복귀가 더 빨라지거나 늦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기원 징계 조치 안해, 중국리그 출전도 허용

한국기원은 2일 허동수 이사장 주재로 상임이사회를 열어 이세돌 문제를 논의한 후 "이세돌 건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자숙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발표문을 냈다. 그러나 당초 예상됐던 것과는 달리 별다른 징계조치 없이 일단 휴직원을 받아들이고 올해에 한해 중국리그 출전도 허용키로 했다.

이는 '휴직과 징계는 별개'라며 이세돌을 마치 한국 바둑계에 엄청난 해를 끼친 인물처럼 몰아붙이고 금방 제명이라도 할 듯 서슬이 퍼랬던 저간의 한국기원 주변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부드러운 판결이다. 또한 앞으로 제반 규정이나 제도를 정비해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세돌에 대해 문제됐던 사안들이 대부분 '규정 위반'이라기 보다는 이른바 '괘씸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애당초 징계 대상으로 삼기에 무리가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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