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말레이시아에서 북한의 의심스러운 계좌 수 개를 발견해 동결 등 봉쇄 조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4일(현지시간)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말레이시아에 북한의 수상한 계좌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미국의 추적을 받는 말레이시아의 북한 계좌가 “수 개”라고 했으나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필립 골드버그 전 볼리비아 대사가 이끄는 미국의 대북제재 전담반이 중국을 방문한데 이어 이날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북한 계좌에 대한 금융제재를 말레이시아 당국과 협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말레이시아의 북한 계좌와 관련, 북한이 미얀마에 수출하는 군사 물품 등에 대한 대금 결제가 말레이시아 금융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초치흥 말레이시아 재무차관은 골드버그 전담반의 방문 목적이 북한 계좌 동결을 협의하기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통상적인 방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중국의 외교 소식통들은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선박이 인도양으로 향할 때 꼭 거쳐야 하는 말라카 해협의 인접국가”라며 전담반의 말레이시아 방문은 “북한 선박 검색에 대한 협조를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말레이시아의 북한 계좌 동결 조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유엔 결의 1874호 따른 미국 정부의 금융제재가 동남아권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2005년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려대상’으로 지정한 것처럼 중국이나 홍콩, 마카오 등 중국권 은행이 집중 관심 대상이 돼 왔다. 동남아 은행의 북한 계좌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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