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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국회법 모호한 부분 많아…與도 野도 입맛대로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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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비정규직/ 국회법 모호한 부분 많아…與도 野도 입맛대로 '악용'

입력
2009.07.0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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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은 지키지 말라고 있는 법이다.'

정치권은 국회법을 아예 무시한다. 여든, 야든 마찬가지다. 한쪽에서 "국회법에 이렇게 돼 있으니 너희가 잘못했다"고 주장하면 반대 쪽은 상대가 그 규정을 어긴 전례를 별 어려움 없이 찾아 낸 뒤 "너희도 위반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것이 여야 협상의 전형이 될 정도다.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개정안 환경노동위 단독상정을 놓고 벌어지고 있는 여야 다툼이 대표적이다. 여당은 "국회법에 맞다", 야당은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하는데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니 어느 한쪽은 틀린 것이고, 따라서 어느 한 쪽은 국회법을 무시한 것이다.

정치권의 대표적 원칙론자인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은 "환노위 논란은 국회법을 무시하는 대표적 의회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은 "국회가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구성된 회의체인 데다 정치인들의 양식과 상식에 의존해 운영되는 만큼 현실적으로 국회법이 지켜지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며 "분쟁이 생겼을 때는 국회의장이 상임위원장에 대한 경고도 하고 적극 개입해 해결해야지 지금처럼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의 강화를 해법으로 제시하는 의견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현재의 국회법 규정들은 국회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만들어져 모호한 부분이 많다"며 "상임위 의결 절차와 진행요건을 좀더 명확히 규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충분히 토론을 벌인 뒤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다수결의 논리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대전제"라고 덧붙였다.

환노위 사태에서 어느 쪽이 국회법을 무시했는지는 의견이 갈렸다. 조국 서울대 법학과 교수는 국회 상임위 절차에 대한 룰을 새롭게 만드는 데 반대하면서 "여야 협의로 의사일정과 안건을 정하도록 한 국회법의 입법취지를 봐야 한다"며 "이는 다수파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이고 누가 다수당이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소수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다수당이 지금처럼 행동하면 국회는 난장판이 될 뿐"이라고 '다수당의 양보'를 주문했다.

반면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거대여당이 문제해결의 키를 쥐고 있다"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법안 상정을 거부하는 데 대해선 "민주당도 지지세력의 눈치를 너무 보고 있다. 노동계를 이끌 수 없으니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법 경시 풍조를 정당의 보수성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김민전 경희대 정외과 교수는 "여당은 다수결, 야당은 여야 협의 존중만 외치는데 오래 전부터 지속된 논쟁"이라며 "진정한 의미의 다수결을 위해선 당론투표가 사라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 교수는 "여야협의 전 다수결을 강조하고 자율적 투표로 가야 소모적 정쟁을 피할 수 있다"며 "17대 국가보안법 처리에서 당론투표가 없었다면 일부 독소조항에 대한 개정이 가능했을 것이다. 당론으로 가다 보니 당시 여당은 폐지를 주장하고 야당은 한자도 못 고친다는 식으로 싸우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박석원기자

김회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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