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후 즉시 재고용', '일자리 맞교환', '명칭 바꾸기' ….
일자리를 지키고 싶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절박함과 업무 숙련자를 잃기 싫은 사업주의 이해관계가 교묘하게 맞아 떨어져 비정규직법의 '2년 초과 근속자 정규직 전환' 규정을 무력화시키는 편법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노동부에 따르면 전날 비정규직법 시행 직후부터 주무 부서인 고용차별정책개선과와 각 지방노동청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속 고용할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의 적법성 여부를 묻는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본보 취재 결과, 일부 적법사례도 있지만 대부분 불법이거나 편법인 고용계약이 '30인 미만' 중소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 사례는 '해고 후 즉시 재고용'과 '처우개선 없는 정규직 전환'이다. 지방 중소 제조업체인 A사는 '2년 근속' 규정을 피하기 위해 3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를 서류상으로 해고한 뒤 곧바로 고용하는 계약을 맺기로 했다. B사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되 임금과 상여금, 복리후생은 종전대로 비정규직 수준에 맞추는 내용의 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B사 관계자는 "이들을 내보내면 공장이 굴러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처우수준을 높여줄 여유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둘 다 불법이다. '해고 후 즉시 재고용'은 근로자들이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면 '계속 고용'으로 인정돼 회사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해고 후 두 달 가량 지난 뒤 뽑아야만 '계속 고용'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처우개선 없는 정규직 전환'도 근로자가 다른 정규직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관련 피해를 회사가 물어줘야 한다.
업무가 유사한 업체끼리 비정규직을 교환 또는 알선하는가 하면, 직군을 새로 만들거나 비정규직을 시간제로 전환하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전남 여수의 C사는 지난달말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마자 같은 지역ㆍ같은 업종의 D사에 비정규직으로 고용되도록 알선했다. C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D사 비정규직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우리가 받아 주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E대학은 비정규직인 행정조교를 서류상으로 해고한 뒤 1년 계약의 행정보조원 직군을 새로 만들어 재고용했고, F사는 이달 중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3명을 시간제로 전환해 재고용키로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E대학과 F사의 경우, 근로자가 문제 삼을 경우 불법 계약이 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부에서 편법 계약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전국의 일선 근로감독관에게 실태파악을 긴급 지시했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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