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대북 제재가 톱니바퀴 물리듯 유기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6월 12일 유엔 결의 1874호가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후 이를 근거로 한 미국 정부의 제재 조치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양상이다.
미 해군은 북한 선박 강남호를 2주째 추적중이다. "협상의 문은 항상 열어놓겠지만, 잘못된 행동은 보상하지 않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가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확인시키는 대목이다.
미 국무부와 재무부가 6월 30일(현지시간) 북한 기업 남촌강과 이란의 홍콩일렉트로닉스에 대해 자산동결 등의 금융제재를 취한 것은 유엔 결의 1874호에 따른 대북 제재를 본격 가동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유엔 결의 도출과정에서 금융제재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동결에서 드러났듯 북한 돈줄을 죄는 것이 제재 효과가 가장 확실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과 이란 기업에 대한 금융제재는 유엔 결의 이후 첫 사례라는 점에서, 또 북한의 의심스러운 해외 금융거래 네트워크를 차단한 첫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재무부는 앞서 18일 북한이 차명거래, 우회송금 등의 '사기적 방법'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바 있다. 북한과 이란의 거래선 차단은 자산동결은 물론 돈의 흐름까지 봉쇄해 자금의 숨통을 죄겠다는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BDA 제재를 실무 지휘한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테러ㆍ금융정보 차관은 "오늘 조치는 북한이 국제금융 시스템을 악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우리의 총체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필립 골드버그 전 볼리비아 대사를 대표로 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북제재 전담반을 구성한 것은 조직적이고 치밀하게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문제를 총괄하는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있음에도 따로 대북제재 조정관을 둔 것을 두고 논란이 많으나 협상과 제재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협상 못지 않게 제재도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등과 실효성 있는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30일 출국한 전담반에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 각 부처 대표가 포진한 것은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레비 차관과 함께 BDA 제재를 이끌었던 대니얼 글레이저 재무부 부차관보도 전담반에 포함됐다.
중국 정부의 협조와 동참을 요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부서별로 실행 가능한 조치를 도출해내기 위한 실무협상의 성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은 17개 북한 은행과 기업들에 대한 자금을 차단하는 조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북한의 무기거래에 관여하는 10개 이상의 기업과 개인을 추가 제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북한의 위폐 유통과 관련, "유엔이나 다른 나라와 상관없이 미국 독자적인 금융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 北 무역회사 '남촌강'
평양에 본사를 둔 북한의 무역회사. 미국 정보당국은 남촌강이 1990년대 말부터 원자로 관련 핵심부품을 중동지역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중국, 유럽 등에서 원자로 핵심 물질과 부품을 구입, 시리아 알 키바르 마을 인근의 원자로 건설 현장에 공급하면서 북한과 시리아 핵 협력에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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