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1분. 상대방이 전화를 빨리 받을라치면 10초도 채 되지않을 지속 시간. 그러나 많은 휴대폰 사용자가 자신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제2의 얼굴로 여기는 것. 하루 평균 6만 건의 음악 거래를 성사시키고 연 매출액 약 300억원(이상 추정)을 유발시키는 보이지 않는 시장.
이동통신업체에 따라 '컬러링'(SK텔레콤), '링투유'(KT), '필링'(LG텔레콤)으로 불리는 통화연결음을 가리키는 수식과 수치들이다.
국내 휴대폰 가입자 4,672만명 중 통화연결음 사용자는 대략 982만명. 하루에도 몇 번씩 음악을 바꾸는 통화연결음 중독자에서 휴대폰 사용 약정에 따라 무심코 사용하는 평범한 가입자까지. 조금만 깊이 알면 조금은 신기하고 조금은 민망해지고 조금은 조심스러워질 통화연결음과 관련한 몇 가지 이야기들.
● 또 하나의 표현수단
통화연결음은 2002년 첫 등장한 이래 휴대폰 사용자의 색깔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새로운 표현수단의 역할을 해왔다. 특히 10대와 20대 등 젊은층에겐 그날그날의 감정을 드러내는 또 하나의 표정으로 자리잡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상대방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공유의 감정도 통화연결음 확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30대 직장인 강효미씨는 "자주 듣던 옛 노래가 떠오르면 남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어 통화연결음을 바꾼다"고 말했다.
통화연결음은 어떤 음악을 사용하느냐 얼마나 자주 바꾸느냐에 따라 휴대폰 사용자의 첫 인상을 좌지우지하고 그 사람에 대한 평판으로까지 곧잘 연결된다. 30대 직장인 임지은씨는 "상대방이 통화하기 곤란한 상태라 생각돼도 통화연결음이 좋으면 전화를 끊지 못할 때도 있고 첫 느낌도 좋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김태미씨는 "통화연결음 서비스를 신청할 때 기본으로 제공하는 클래식 음악을 휴대폰으로 듣고 있자면 상대방이 참 무신경하고 게을러 보인다"고 지적한다. 40대 직장인 김동근씨는 "통화연결음이 너무 자주 바뀌면 성격이 변덕스럽게 비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통화연결음은 자신을 밖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의 산물에 그치지 않는다. 집단의 단결을 도모하고, 집단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특히 기업체에게 통화연결음은 회사와 상품 홍보에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최근 전 직원들에게 회사 아파트 브랜드를 홍보하는 광고 음악을 휴대폰 통화연결음으로 설정토록 지시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그 어떤 상품보다 구매 결정의 주요 요건으로 여겨지는 주택시장의 특성을 감안한 것이다.
중견그룹 B사는 사내 게시판에 사가(社歌)를 편집해 만든 통화연결음을 올려 자율적인 사용을 유도하고 있다. 통화연결음으로 애사심을 고취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적인 영역인 통화연결음마저 회사의 이익 창출을 위해 내줘야 하냐는 반대 목소리도 높다. 20대 직장인 김남현씨는 "회사에서 가끔 제품 홍보를 위해 획일적인 통화연결음 사용을 강제할 때가 있다"며 "개인적인 용도로 쓰는 휴대폰까지 회사의 입김이 작용하는 듯해 씁쓸하다"고 꼬집었다.
● "차라리 기계음이 좋다"
어디 음악이 있다고 만사형통일까. 평균 3, 4개월에 한 번씩 이뤄지는 잦은 교체에 대한 압박감과 피로감은 통화연결음이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무미건조해 보여도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귀차니스트에서 "내가 듣지도 않을 음악에 왜 돈을 쓰냐"는 알뜰족까지. 최근 들어 부쩍 음량을 키우는 '반 통화연결음' 세력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다.
30대 직장인 서경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화연결음 애호가였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따끈따끈한 신곡을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바람은 한 달에 한 번 꼴의 통화연결음 교체로 이어졌다. 하지만 하나의 통화연결음이 한 달만 조금 넘었다 하면 "이제는 지겹다. 바꿀 때가 됐다"는 원성이 쏟아지면서 마음이 바뀌었다.
"내 첫 인상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곡을 선택하고 자주 바꿨는데 '마음에 안 든다', '지겹다' 등의 불만이 있었다. 왜 애써 욕먹을 필요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밋밋하지만 전형적인 통화 연결 신호음이 이젠 훨씬 마음 편하다."
아예 "통화연결음 자체는 낭비이며 소음에 불과"하다는 사뭇 강경한 목소리도 있다. 30대 직장인 김명호씨는 "내가 좋아하는 곡을 꼭 상대방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곡은 혼자 들으면 되지 돈까지 들여서 다른 사람에게 들려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전화를 걸었다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는 음악을 일방적으로 들어서야 되겠냐"는 불만도 있다.
이호현씨는 "싫어하는 헤비메탈 음악을 휴대폰으로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반감이 생긴다"며 "특히 업무 때문에 정신이 없을 때 통화연결음을 들으면 어떤 음악이든 괜한 짜증이 밀려온다"고 말했다.
통화연결음이 "음악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통화연결음이 입김을 행사하면서 원더걸스의 '텔미', 소녀시대의 '지지지' 등 단순한 리듬의 반복, 후렴구의 과도한 강조 등을 특징으로 한 천편일률적인 대중음악이 양산됐다는 지적이다.
김경진 로엔엔터테인먼트 팀장은 "통화연결음은 1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소비자에게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작곡가에게 귀에 확 들어오는 후렴구를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비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유행지표… 세대별 차이도
휴대폰 통화연결음은 1분짜리 짧은 음악에 불과하지만, 유행을 가장 발빠르게 보여주는 지표이다. 통화연결음의 소비 경향을 보면 최신 인기곡이 무엇이고, 연령별 취향은 어떤지 알 수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휴대폰 부가서비스 사이트 '네이트'의 2일 컬러링 인기곡 1위는 이승기의 '결혼해줄래'다. 하루 동안 4,437명이 이 곡을 내려받았다. 그가 출연 중인 TV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인기가 한몫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드라마의 삽입곡인 케이윌의 '사랑은 벌이다', 또다른 TV 드라마 '씨티홀'의 삽입곡인 박상우의 '사랑하고 사랑합니다'도 10위 안에 들어있어 대중매체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통화연결음은 최신 유행 가요가 압도적이다. 대부분 빠르고 흡인력 있는 선율을 반복하거나 후렴구를 강조해 귀에 쏙쏙 박히는 곡들이다. 가사가 지나치게 노골적이거나 너무 튀는 곡, 유행이 지난 곡은 빠져 있다. 적당히 감각적이면서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곡이 선호되는 편이다.
수시로 바뀌는 인기 순위에 댄스곡이 많은 것과 달리 꾸준히 사랑받는 음악은 발라드 등 좀더 무난한 곡이 많다. SK텔레콤의 컬러링 스테디셀러 1위는 쿨의 2004년곡 '사랑합니다'로 13개월간 50위 안에 머물렀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씨는 "통화연결음의 선호도가 갈수록 더 감각적인 음악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댄스곡의 경우 비트가 강하고 일렉트로닉ㆍ힙합 등 색깔이 더 진한 것으로, 발라드도 담백한 곡보다는 고음을 지르는 게 많거나 리듬앤블루스에 가까운 '센' 음악으로 이동 중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연령별 취향이다. 네이트의 컬러링 차트를 보면, 30대까지는 댄스곡 등 경쾌한 음악을 주로 고르는 데 비해 40대 소비자들은 여기에 SG워너비 등의 부드러운 발라드를 추가하고, 50대 이후는 김종국의 '따줘', 주현미와 소녀시대의 '짜라자짜', 박현빈의 '대찬 인생' 등 트로트 일색으로 완전히 바뀌고 있다.
가요가 지배하는 통화연결음 판도에서 팝송 등 다른 장르의 음악은 가뭄에 콩 나듯 보인다. 추모 열기가 뜨거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노래조차 딱 1곡, 'You're not alone'이 44위에 올라 있을 뿐이다.
클래식이나 재즈, 월드뮤직 등은 상위권에서 완전 실종 상태. 지독한 편식의 증거로 볼 수도 있지만, 가요가 대중성과 접근성에서 그만큼 가까움을 알 수 있다.
클래식음악으로는 '캐논 변주곡' '라 캄파넬라' '로망스' 등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친숙한 곡이 대부분인 가운데 유키 구라모토, 이루마, 조지 윈스턴, 임형주 등의 뉴에이지풍 또는 세미클래식이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미환 기자
■ 유명인사들 컬러링 들어보니/ 이미지에 딱 맞게… 작품 홍보용으로…
사회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명인들은 어떤 통화연결음을 사용할까. 그들의 통화연결음은 보통사람들보다 좀 더 품위 있을까. 음악인들은 어떤 감미로운 음악으로 휴대폰 속 자신을 포장하고 있을까. 한국일보 프리팀이 문화계를 중심으로 각계 인사들의 통화연결음을 조사했다.
● 각자의 색깔, 취향 드러내
한국 축구의 영원한 전설인 차범근 수원삼성 감독이 최근까지 사용한 통화연결음은 가수 송창식이 부른 '왜 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은 왜 불러 왜 불러/토라질 땐 무정하더니 왜/자꾸자꾸 마음 설레게 해'라는 가사가 차 감독의 인생 역정을 연상시켜 흥미롭다.
차 감독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예선에서 한국축구의 구세주로 떠올랐다가 본선에서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하면서 대표팀 감독 자리를 내놓았다. 이후 그는 중국 프로팀 감독을 맡고 있던 중 "K리그에 승부조작이 있다"는 발언을 해 5년간 국내 지도자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국내에 복귀해 정상급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사무처장 등을 지낸 저명한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는 시인 정지용의 동명시에 곡을 입혀 이동원 박인수가 함께 부른 '향수'를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즐대는/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라는 목가적인 가사에서 사회적 이상을 지향하는 시민운동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감수성이 예민할 듯한 문인들은 예상외로 통화연결음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소설 <칼의 노래> 의 김훈씨, 소설 <은비령> 의 이순원씨,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의 은희경씨,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의 공지영씨, 그리고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하는 소설가 김연수씨와 김중혁씨의 휴대폰에서는 음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우리들의> 아름다움이> 은비령> 칼의>
소설 <달콤한 나의 도시> 등으로 20~30대 여성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이현씨는 듀엣 페퍼톤스의 '오후의 행진곡'으로 통화연결음을 장식하고 있다. 경쾌한 포크리듬과 '또각 또각 걸으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 좋아'로 시작하는 가사가 도시적 감수성이 돋보이는 소설가와 어울린다. 달콤한>
정씨는 "남편이 자기가 전화를 많이 하는 사람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자주 듣고 싶다며 선물한 곡"이라며 "기분전환 등을 위해 통화연결음을 한 달에 한 두번 꼴로 교체한다"고 말했다.
최근 소설 <엄마를 부탁해> 로 독자를 울린 신경숙씨의 휴대폰에서는 밥 딜런의 추억의 팝송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가 울렸다. 엄마를>
신씨는 "지난해 밥 딜런의 삶을 다룬 영화 '아임 낫 데어'를 보고 문득 옛 추억이 떠올라 후배에게 부탁해 설정한 음악"이라며 "'바람 속에 내 몸을 맡긴다'는 뜻을 지닌 이 노래를 듣고 잠시나마 삶의 복잡함을 잊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겼다"고 말했다.
● 대중문화계에선 홍보용 도구
쇼비즈니스 정신에 충실한 대중문화계에서 통화연결음은 유용한 홍보수단이었다. 많은 영화감독과 배우, 가수들이 자신들과 연관된 노래로 기계음을 대신했다.
영화 '박쥐'로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송강호가 김옥빈의 몸을 들어 자신의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에 쓰인 '가로등 아래'를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하고 있다. 보사노바풍의 쓸쓸한 음악이 어두운 소재를 리듬감 넘치는 영화로 만들어내는 박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포개진다.
영화계의 재주꾼 장진 감독은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로 통화자를 응대한다. 장 감독은 "소녀시대 멤버 유리가 영화 '아들'의 삽입곡을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답례"라고 밝혔다.
새 드라마 '드림' 촬영에 들어간 배우 주진모는 밝은 분위기에서 연기에 임하기 위해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의 경쾌한 리듬이 돋보이는 노래 '럭키'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 충무로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른 배우 하정우의 경우 개봉을 앞둔 영화 '국가대표'에 사용된 러브홀릭스의 노래 '버터플라이'가 통화연결음이었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드미스가 간다'에서 하차한 배우 예지원은 최근 "마음의 안정을 찾고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로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으로 통화연결음을 변경했다.
가수 이승철은 새 앨범의 타이틀곡인 '손톱이 빠져서'로 통화연결음을 장식하고 있다. 이승철은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만든 노래를 당연히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송대관은 자신의 최고 히트곡 '해 뜰 날'을 통화연결음으로 설정했고, '가왕' 조용필의 휴대폰은 통화연결음이 없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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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링, 일 풀리고… 낭패 보고… 사람에 대한 평가 좌우까지
막 돌을 지난 아이 육아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주부 장남희(32)씨는 최근 통화 연결음을 5일에 한번씩 바꿔주는 자동 변환 서비스를 신청했다. 통화 연결음을 자주 바꿔줄 짬은 없지만 한 곡만을 오래도록 지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 나간 장씨는 한 친구로부터 "만능 살림꾼"이라는 시샘 섞인 한 마디를 들었다. "너는 얘 키우느라 바쁠 텐데 참 부지런하다. 통화 연결음도 수시로 바꾸고 말이야. 참 대단하다."
통화연결음은 이처럼 때로 한 사람에 대한 평가를 좌우한다. 통화연결음이 너무 튀어도, 너무 심심해도 이러쿵저러쿵 말을 듣는다.
통화 연결음은 인간 관계의 윤활유가 되거나 업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통화 연결음을 애용하는 20대 젊은이들은 소개팅을 할 때 상대방의 통화 연결음이 자신의 것과 같을 경우 더 호감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직장인 강명은(33)씨는 최근 통화 연결음 덕을 봤다. 강씨는 처음 접하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휴대폰 전화를 걸었다가 호감을 느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록그룹의 음악이 통화 연결음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통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이 화제에 올랐고, 공감대가 형성된 때문인지 업무 협조도 순조롭게 이어졌다. 강씨는 "처음엔 살짝 부담감을 느낀 상대였는데 통화 연결음을 들으면서 친밀감을 느꼈고 덕분에 일도 술술 풀린 듯 하다"고 말했다.
통화 연결음 때문에 울 수도 있다. 직장인 김미현(32)는 지난해 12월 4년간 사귀어 온 남자친구와 헤어졌다. 남자친구 집안의 반대로 오래 전부터 예고된 이별이었지만 미련은 남았다.
어느날 밤 밀려오는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김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그는 통화 연결음을 듣고서 격한 울음과 함께 전화를 서둘러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남자친구의 통화 연결음은 가수 고 김현식의 '이별의 종착역'으로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황당한 순간도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31)씨는 부친상을 당한 지인에게 전화를 했다가 너무나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와 잠시 뜨악한 적이 있다. 그건 분명 상주에게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었지만, 그렇다고 상을 당해 경황이 없는 중에 통화 연결음을 슬픈 곡으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통화 연결음을 아예 안 쓰는 사람도 많다. 앞의 조씨는 싫어하진 않지만 안 쓰는 경우. 이유는 "한 곡을 정해 내 '주제가'로 쓴다는 게 틀에 박히는 것 같아서"다. 젊은 미술평론가 모씨는 통화 연결음에 질색을 하는 경우. 그는 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시간 때우기나 장식용으로 쓰는 것을 '미워한다.'
통화연결음 사용자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그걸 쓰지 않음으로써 남과 다름을 드러내기도 한다. 통화 연결음은 더 이상 개성의 표현이 될수없다, 유행에 휩쓸리기 싫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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